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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행상 소년, NBA 제왕으로

입력 | 2019-06-26 03:00:00

정규시즌 MVP 밀워키 안데토쿰보
불법이민 가정출신으로 생활고… 길거리 농구 거쳐 2013년 데뷔
지난 시즌 콘퍼런스 결승 이끌어




길거리 행상인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자리까지. 25세의 어린 나이지만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안데토쿰보(밀워키·사진)의 삶은 NBA의 어떤 선수보다 파란만장하다.

나이지리아 출신 그리스 불법 이민자 부모 밑에서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안데토쿰보는 어린 시절 가난했던 환경 탓에 형과 함께 거리에서 시계, 가방 등을 팔았다. 하지만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높이뛰기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뛰어난 운동능력은 흙 속의 진주처럼 빛났다. 길거리 농구에서 그리스 2부 리그, 국가대표를 거쳐 2013년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5순위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은 그는 6시즌 만에 NBA 최고 스타가 됐다.

안데토쿰보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NBA 시상식에서 경쟁자 제임스 하든(30·휴스턴)과 폴 조지(29·오클라호마시티)를 제치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밀워키 소속 선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1974년 ‘전설의 센터’ 카림 압둘자바 이후 처음이다.

2018∼2019시즌 72경기에 출전해 평균 27.7득점 12.5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한 안데토쿰보는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팀을 동부콘퍼런스 1위(60승 22패)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경기당 25.5점을 몰아 넣으며 밀워키를 2000∼2001시즌 이후 18년 만에 동부콘퍼런스 결승에 올려놨다.

안데토쿰보는 201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그는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2년 전, 나는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코트를 밟을 때마다 아버지 생각을 한다. 몸이 부서질 것 같을 때도, 농구를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힘이 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