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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만에 막내린 넥슨 매각…김정주의 선택은 ‘돈’ 보다 ‘넥슨의 미래’

입력 | 2019-06-26 19:12:00

10조원대 매각 보류해…창업자 눈높이 맞춘 투자자 없어



© News1


성사 시 국내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 유력했던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 매각이 반년 만에 결국 무산됐다. 김정주 넥슨 지주사 NXC 대표는 자신의 표현대로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방안’을 찾는 데 실패한 셈이다. 창업자로서 본인이 거머쥘 ‘돈’이 아닌 넥슨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결국 매각계획을 접은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월부터 추진해 온 자신과 부인 유정현 NXC 감사,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NXC 지분 98.64%의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NXC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지분 47.98%를 보유하고 있다. 넥슨의 주당 가격은 25일 종가 기준 1564엔, 시가총액은 1조3000억엔(약 14조36억원) 이상으로 김 대표의 NXC 지분은 단순 가치만 7조원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를 국내 최대 규모인 1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10조원대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손에 쥘 기회임에도 김 대표가 보류 결정을 내린 이유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넥슨의 미래를 고려했을 때 만족할만한 투자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마감된 매각 본입찰에는 카카오와 넷마블 등 전략적투자자(SI) 2곳과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털 등 사모투자펀드(PEF) 3곳이 참가했다.

이중 카카오와 넷마블은 올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각각 1억6334억원, 1억6159원에 그쳐 매각가를 맞추기 어려웠던 데다 넷마블의 경우 지난 2월 예비입찰 초대장을 받지 못하는 등 김 대표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보다 단기 투자차익을 추구하는 PEF도 명분상 김 대표가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다.

지난 1월 김 대표가 입장자료를 통해 “줄곧 회사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왔다”며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간 매각 일정이 수차례 연기된 것도 김 대표가 희망하는 투자자를 인수판에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가 넥슨의 창업기를 다룬 책 ‘플레이’에서 롤모델이라고 언급한 디즈니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직접 타진한 것도 창업자로서 ‘지금보다 나은 넥슨’을 만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됐다. 중국 텐센트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무산 소식으로 그동안 ‘깜깜이’ 매각으로 불안함을 느꼈을 수천 명의 넥슨 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는 “매각 이슈로 수많은 넥슨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며 “넥슨 노조는 그 어떤 갈림길 위에서도 오로지 고용안정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업계 입장에서도 김정주 대표의 회사 매각 추진으로 게임산업 성장이 ‘정점’에 이른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그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의 온도차를 확인한 김 대표가 가까운 시일 내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