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의혹 1심 판결문 “혐의 무관한 별개의 증거 압수땐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수 없어” 검찰 “법원 판단 납득 못해” 반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24일 업무방해와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규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법 수집 증거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 원칙에 따라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이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증거로 위법하게 수집된 문건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인계서 내용 중에 누군가를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는 기재가 드러나지 않아 (권 의원의 동창을)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채용한 사실을 증명하는 직접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장 발부의 사유로 범죄 혐의 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해당 업무인계서를 압수하면서 압수수색영장에 범죄 혐의 사실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는 26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판사들에게 권 의원의 판결문을 이메일로 보냈다. 대법원의 헌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부장판사는 최근 헌법연구회가 주최한 학술대회 내용과 함께 권 의원 사건의 판결을 상세히 소개했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 기관이나 행정 기관의 권한 남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일반 영장금지 원칙’ ‘관련성 원칙’ 등 영장주의에 관한 헌법 원칙을 기준으로 한 사법적 심사가 충실하게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 헌법 원칙을 제대로 준수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견해에 학술대회 참석자 대다수가 찬성했다”고 적었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인계서가 권 의원 고교 동창의 인사청탁에 대한 간접증거이긴 하지만 이와 함께 직접증거도 같이 제출했는데 그 부분은 판결문에는 빠져 있다”며 “위법한 증거라는 법원의 판단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예지 yeji@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