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국회 앞 집회에서 안전펜스를 뚫고 경찰관과 대치 중인 민노총 노조원들. 동아일보DB
조동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24일 청와대 앞에서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에 항의하며 문재인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걸 본 경찰 관계자가 불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민노총 시위는 점점 폭력적으로 격렬해지고 있는데 경찰은 경비 인력과 장비가 점점 줄고 있는 데다 ‘인내 대응’ 기조에 맞추느라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황을 한탄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비 인력의 중추인 의무경찰이 2023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가운데 폭력시위가 잦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2만5000명이 넘었던 의경은 올해 1만4192명으로 줄고 이후 4년 동안 수천 명씩 감축된다. 의경의 공백은 경찰관을 뽑아 채우겠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달 기준 224개 중대(의경 156개, 경찰관 68개 중대)인 경찰부대는 2023년 6월 전원 경찰관인 142개 중대로 줄어든다.
의경부대가 폐지 단계라 경비력은 점점 약해지는데 시위 현장에서 방패조차 제대로 못 쓰게 만드는 인내 대응 기조도 ‘매 맞는 경찰’을 양산하고 있다. 민노총이 지난달 22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관들을 무차별 폭행했던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앞 시위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 A 씨는 방패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물포와 차벽 사용이 금지된 상황에서 경찰이 보유한 방어용 장비는 개인 방패 말고는 가로 1.5m, 높이 1.7m짜리 철제 안전펜스가 유일하다. 민노총이 4월 3일 국회 울타리를 무너뜨리자 경찰이 이 펜스를 긴급 투입했는데 밧줄로 잡아끌고 둔기로 때리자 금세 뚫렸다. 2011년 도입 당시 580개였던 안전펜스는 360개가 부서져 현재 220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보충조차 안 되고 있다.
민노총은 다음 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최대 규모 총파업에 이어 다음 달 18일 전국적인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민노총이 김 위원장 구속에 항의하고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폭력시위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이대로라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는 자조만 들릴 뿐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