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김혜순 시인
김혜순 시인은 ‘죽음의 자서전’ 가운데 가장 마음 아픈 시로 ‘저녁메뉴’를 꼽으며 “엄마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한 직후 모친상을 당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Lord No does not Lord No and none and not at Lord No thus Lord No does not…’)
김혜순 시인(64)의 여섯 번째 시집 ‘죽음의 자서전(사진)’에 실린 시 ‘아님’에는 아님이라는 단어가 길게 이어진다. 시인은 내심 번역자가 이 시를 어떻게 옮길까, 영어로 바꾸는 게 가능하긴 할까 싶었다. 김 시인은 “‘아님’을 ‘Lord No’라고 바꾸다니, 세상에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번역자인 최돈미 시인과 함께 해외에서 시 낭송회를 열곤 하는데, 이 시를 교차해서 낭송하면 감탄이 쏟아진다”고 했다.
“우리는 아시아인인 데다 여자니까 상을 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최돈미 시인과 그저 즐기다 오자는 마음으로 참석했죠. 아니나 다를까, 시상식장에 모인 1000여 명 가운데 동양인은 저희 둘뿐이었어요. 한데 덜컥 이름이 호명돼 정말 놀랐죠. 현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2015년 시인은 삼차신경통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당시 이중의 고통 속에 쓴 시 49편이 ‘죽음의 자서전’에 담겼다. 개인뿐 아니라 세월호, 전사자, 시위 대원 등 사회적 죽음을 두루 훑는다.
‘너는 전신을 기울여 매달려요//감당 못 하겠어요 몸을 비틀어/물의 손가락을 붙잡고//물의 머리칼로 짠 외투를 입어요/꿇어앉아 얼굴을 덮어요…’(‘물에 기대요’)
그는 “죽은 자의 죽음에 대한 시가 아니다. 죽음에 처한 산 자가 쓴 자서전이다. 죽음에 처한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경험을 시로 풀어냈는데, 이런 시적 감수성이 그들(해외)에게 닿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