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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 협력해온 이통3사…결국 또 ‘속도·품질’ 놓고 이전투구

입력 | 2019-06-27 14:50:00

같은 지역에서도 측정때마다 속도 달라져…‘1등 논란 무의미’




지난해 7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서울 여의도 파크메리어트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5G 상용화를 ‘동시’에 하기로 합의했다. © News1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전파를 동시에 발사하고 1호 가입자도 나란히 받는 등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힘을 모으면서 그간 ‘경쟁’을 최대한 자제해온 이동통신 3사가 결국 5G의 핵심인 속도와 품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내 통신시장을 놓고 가입자 뺏고 뺏기기에 혈안인 이통3사는 그간 통신관련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가 최고’라고 이전투구를 벌여왔다.

◇“우리가 제일 빨라요” LGU+ 주장에 SKT·KT “팩트 아냐”

먼저 도화선을 당긴 것은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 시내와 주요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자사 5G 네트워크 속도와 품질이 경쟁사보다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을 마케팅 브로셔와 포스터로 제작, 휴대폰 판매 대리점 등에 부착해 이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해당 홍보자료에서 “최신 5G 단말기 LG V50씽큐로 서울 시내 광화문, 홍대, 강남역, 명동 등 주요 지역과 대학가에서 속도 측정을 한 결과 유플러스 5G가 경쟁사보다 200Mbps 이상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경쟁사 SK텔레콤과 KT는 발끈했다. LG유플러스가 ‘조작된’ 환경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는 오히려 LG유플러스가 더 느린 속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West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KT의 5G 속도 및 커버리지와 관련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News1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지난 26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브리핑에서 “사실이 아닌 정보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LG유플러스의 이같은 홍보는 ‘치촐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면서 “유플러스측이 속도가 더 빠르다고 주장하는 지역에서 같은날 같은 속도측정 애플리케이션(벤치비)으로 측정해본 결과 KT와 경쟁사 S사(SK텔레콤)의 속도가 LG유플러스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5G폰 시장 점유율이 30%정도에 불과한 LG전자의 V50씽큐가 아닌, 70% 점유율로 대다수 이용자가 선택한 삼성전자 갤럭시S10 5G폰으로 속도측정을 한 결과 LG유플러스의 5G 속도보다 KT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상무는 강조했다.

이날 SK텔레콤과 KT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홍대 인근의 경우 KT는 자사 속도 771Mbps였고 경쟁사는 각각 421Mbps, 571Mbps로 KT가 가장 높았다.

강남역은 KT가 705Mbps인데 비해 경쟁사는 각각 391Mbps, 243Mbps에 그쳤으며, 신촌에서는 KT 613Mbps에 경쟁사는 128Mbps, 47Mbps 수준으로 측정됐다.

SK텔레콤도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LG유플러스가 속도 우위를 보인다고 주장한 지역에서 같은날, 같은 앱으로 측정을 해도 SK텔레콤의 속도가 LG유플러스보다 수백Mbps 더 빠른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주장에 따르면 홍대에서 SK텔레콤의 5G 속도는 827Mbps에 달하는 반면 경쟁사 속도는 244Mbps, 49Mbps에 그쳤다. 압구정 가로수길에서 측정한 결과에선 SK텔레콤이 727Mbps였고 경쟁사는 각각 458Mbps, 177Mbps 수준이었다.

◇5G망 구축 초기 “측정 방식 따라 품질 다를 수밖에”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촉발한 속도·품질 논란은 현 수준의 5G 커버리지에선 논의하기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류정환 SK텔레콤 5GX인프라그룹장은 “SK텔레콤의 속도와 품질이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이를 두고 ‘우리가 제일 빠르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5G 기지국이 아직 충분치 않고 기지국의 전파세기 방향에 따라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가장 속도가 높게 나오는 부분이 있고, 음영지역에선 오히려 속도가 매우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버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속도 차이가 심한 점을 고려하면 한 장소 내 장비 수의 차이는 곧바로 품질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굳이 ‘누가 더 빠른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오히려 ‘3사가 함께 모여 공동으로 속도를 측정해보자’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4G LTE때는 물론이고 이전에도 세대를 전환할 때면 ‘최초 상용화’나 가장 빠른 전국망 구축 등 망 품질에 관한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며 “이번 5G때는 3사가 동시 상용화를 하다보니 최초 경쟁 대신 품질 경쟁으로 서로 흠집내기가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