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인터뷰 다음날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 발표 北, 대미 비난 수위는 조절… 힘 빠진 한미정상회담
© News1 DB
북한이 27일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남측의 중재를 거부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북미 대화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양측간 이견을 좁히는 그림으로 협상판에서 지분을 확대하려던 우리 정부 구상에도 지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방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30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빛이 바란 모양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낸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예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이날 담화가 문 대통령이 전날 국내외 6개 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내놓은 ‘중재안’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드러낸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미 외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단계의 과제는 (북미가) 서로에 대한 이행을 어떤 과정, 어떤 순서로 해나갈 것이냐라는 것”이라며 ‘영변의 완전한 폐기→남북경협 추진→유엔안보리 제재 단계적 완화 모색’이라는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권 국장의 이번 담화에 대해 “남측 ‘정상’의 제안에 대해 실무자급인 ‘국장’의 명의로 비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이 지속표명해왔던 남측에 대한 불만이 상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불만은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영변의 완전한 폐기’를 대북 제재 완화의 전제조건인 ‘불가역적 비핵화 진입’의 첫 단계로 일방적으로 설정한 데서 기인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 직접 담판에서 레버리지를 내세워 흥정해야 할 부분들을 놓고 남측이 어줍지 않게 대신해 나서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남측의 중재로 그간 미국에 배수진을 치면서 요구해왔던 강경한 입장이 가볍게 비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계속 추진해왔던 북미 대화 재개 전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사실상 극히 낮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 교환으로 대화 의지를 확인하고 물꼬를 튼 상황에서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남측을 경유하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영변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고 우리의 독자재재 사안인 개성공단 문제의 재개 여부를 미국과 협의 사안으로 스스로 가둔 점도 전략적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남북과 별도로 북미 간 대화는 이미 물꼬를 튼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실무접촉을 시작으로 일단 재개 수순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권 국장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합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연말 시한까지 “셈법을 바꾸라”고 재차 촉구했다.
그럼에도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 표명으로 비난 수위를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에서 내놓을 대북 메시지를 염두에 둔 대목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