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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현의 피버피치] ‘ACL 조기탈락’ 전북-울산, 떨어진 K리그 국제 경쟁력

입력 | 2019-06-28 05:30:00

전북과 울산, ‘현대가’ 두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나란히 실패하면서 K리그는 3+1의 출전권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올 시즌 성적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두 팀이 대회에 직행하고, 두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2+2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26일 전주에서 상하이 상강(중국)에 승부차기로 패한 전북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대한민국 축구의 6월은 뜨거운 감동으로 젖었다.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일군 어린 태극전사들을 보며 밝은 내일을 그렸다. K리그는 ‘유소년 시스템의 결실’을 언급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6월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 출격한 K리그1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동반 탈락은 참담했다. K리그를 주도하는 전통의 명가들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에 나란히 실패했다.

26일 전북은 안방에서 열린 대회 16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상하이 상강(중국)에게 무릎을 꿇었고, 울산은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클럽판 한일전에서 0-3으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으며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떨어진 명예와 구겨진 자존심을 차치하고도 ‘현대가 형제’의 동반 탈락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ACL 출전권이다. FIFA랭킹, 클럽 순위, 국제대회 성적을 기준삼아 AFC는 ACL 출전권을 배분해왔다.

티켓 분배방식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2009년부터 최대 4장씩 보장하다가 2012년 다시 3+1(장)로 변했고, 2013년과 다음 해까지 4장이 주어졌지만 참가국이 확대된 2015시즌을 기점으로 다시 3+1로 굳어졌다.

전북과 울산은 물론 K리그 관계자들은 “누구든 올해 반드시 우승권에 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1년부터 출전권 분배가 다시 이뤄지기 때문이다. AFC 규정에 따르면 동·서아시아 상위 1, 2위 협회는 3+1을 받고 3, 4위 협회는 2+2를 가졌다. 지역별 순위는 FIFA랭킹과 AFC 클럽순위가 반영된다.

올 시즌은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가 3+1을, 일본 J리그가 2+2를 가졌는데 16강을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이 3팀씩 진출한 반면, 우리는 2팀만 생존했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권역으로 나뉘어 4강까지 소화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중국, 일본이 자국 팀들끼리 16강부터 ‘리그 킬’을 벌였음에도 K리그는 살아남지 못했다.

올해 성적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K리그가 일본의 자리로 내려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규리그와 FA컵 챔피언이 자동 출전하고 리그 2, 3위가 동남아시아 혹은 호주 A리그 팀과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한다. 연초의 단판 PO는 시즌 스케줄 전부를 바꿔놓을 수 있어 장기 레이스를 바라보는 상위 팀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혹자는 말하곤 했다. “ACL에 굳이 연연할 필요가 있느냐”고. “내부 경쟁력만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어리석은 소리다. 이미 잔뜩 위축된 K리그다. 열심히 시장을 키웠어야 할 주요 구단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듯 허리띠를 조이면서 K리그는 이제 ‘스타 빠진’ 평범한 무대로 전락했다. 꾸준히 노력해온 몇몇 구단들까지 맥 빠지게 만드는 흐름과 구조가 수년째 이어졌다. 일본의 인프라와 중국의 어마어마한 투자를 부러워할지언정 위축되지 않았던 건 K리그가 꾸역꾸역 자존심을 지켜온 영향이다.

ACL 성적이 특정국의 축구 실력을 대변할 수 없으나 적어도 리그 경쟁력을 확인하는 데 이만한 대회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지 않고 높은 곳을 향하려는 구단에게 최고의 동기부여가 됐고, 이를 위해 부족한 환경 속에서 조금이나마 전력 보강에 신경을 쓰고 실천에 옮기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저 전북과 울산만의 실패로 포장하기에는 K리그가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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