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승 한양대 총장
그중 특히 중요한 게 연구지원 기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1, 2위를 다툰다. 2018년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GDP 및 인구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기술이전 계약 건수도 양적으로는 많다. 그러나 대학·공공연구기관 등록 특허 중 활용 비율(34.9%)과 대학·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해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이 매출로 연결된 비율(10.8%)은 낮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비 대비 기술이전 수입 비율을 보면 각각 1.41%, 4.43%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 전체의 기술이전 수익은 576억 원이었다. 미국 프린스턴대는 특허 4건을 통한 기술이전 수익이 1582억 원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올까. 미국 대학의 경우 소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설정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이전은 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이 가능하도록 전략적인 접근을 한다. 1950년 설립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의료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2018년을 기준으로 볼 때 약 9조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지속가능한’ 산학협력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대표적인 게 NSF의 ERC(Engineering Research Center)다. 최대 10년간 지원되는 ERC는 1984년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과 대학의 기술협력을 목표로 시작됐다. 현재 ERC는 이전과 달리 기업 회원의 회비를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사업 지원 종료 후에도 자립화 비율이 85%로 매우 높다.
한국연구재단은 NSF보다 31년 늦은 1981년에 출범했다. 지난 38년간 연구재단은 국내 연구 진흥을 위해 다양한 산학협력 사업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연간 5조7000억 원 이상을 연구기관에 지원하는데도,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보다는 정부 R&D 과제 수주가 목표인, 형식적 협력이라는 지적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정부사업만 끝나면 관계도 종료된다”며 정부사업의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많다. 연구 과제와 사업을 무난히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력 있고 창의적인 연구 풍토 조성을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