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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가 시대정신이라는 조희연 교육감[현장에서/김수연]

입력 | 2019-06-28 03:00:00


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제2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제2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린 27일. 그가 배포한 회견문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교육을 위해 노력했던 발자취들이 담겨 있었다. 혁신학교를 늘리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한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교육 참여 수당 지급을 시작한 것 등이 조 교육감이 이룬 성과로 소개됐다.

그의 회견문 낭독이 끝나고 1시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최근 교육계의 핫이슈인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진행 중이다.

심사위원 및 평가 세부 사항 공개 여부에 대해 조 교육감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평가지표만으로도 이미 홍역을 치렀는데, 위원까지 공개하면 불필요한 신상털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평가를 공정하게 수행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평가점수를 학생, 학부모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선 밝히는 것도 고민하고 있지만 이것이 학교 간 서열화로 번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를 폐지하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학교가 자율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학부모 반대가 심해 학교로선 부담이 크다. 둘째, 평가를 통해 전환하는 현재의 방식이다. 그런데 조 교육감은 “시도교육청별로 재지정 기준점수가 달라 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며 “이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라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자사고 설립과 유지에 관한 근거가 담긴 상위법을 개정해 일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또 “자사고 폐지라는 큰 시대정신이 있다. 그 틀 안에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가 큰 시대정신이라는 조 교육감의 말은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자사고 유지가 큰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자사고 학부모 1000여 명은 서울시교육청으로 몰려가 “21세기에 교육 일원화가 웬 말이냐”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획일화를 지양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의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 또한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 시대의 정신이라는 것이었다.

조 교육감은 “교육은 단지 표준적인 학생이나 1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보듬는 맞춤형 개별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교육시스템의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등 총체적인 대안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조 교육감이 남은 임기 3년간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현장 맞춤형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