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핸디캡 딛고 40대 ‘제2 전성기’
“우리도 어느덧 40대 중반이네요. 나이 먹은 만큼 더 잘해야겠습니다.”
올해 45세인 후배의 말에 46세 형님은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잘해 보자”고 답했다. 한국오픈(20∼23일)에서 만난 최호성(46)과 황인춘(45)이 나눈 대화다. 이 대회에서 최호성은 낚싯대를 잡아채는 듯한 동작의 ‘낚시 스윙’으로 환호를 받았고, 황인춘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황인춘은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프로들이 나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역경을 이겨낸 ‘의지의 사나이’다. 황인춘은 2008년 동계 훈련 때 배드민턴을 치다가 왼쪽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재활 끝에 다음 해 5월 매경오픈에 출전했지만 통증으로 기권하는 아픔을 맛봤다. 황인춘은 ‘긍정의 힘’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왼쪽 다리 근력이 100%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 이후 무리한 (근력) 운동을 하지 않고, 몸 관리에 집중한 것이 롱런의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겨울이 되면 오른손 엄지손가락 때문에 애를 먹는다. 포항수산고 시절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됐기 때문. 그는 “겨울에 보습이 안 되면 (엄지손가락)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전화위복’이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호성은 “사고를 당한 뒤 먹고살기 위해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그 계기로 골퍼의 길로 접어들어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 세계의 냉혹한 경쟁이 의지만으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는 신체 능력은 이들에게 큰 고민거리.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황인춘. 조현골프아카데미 제공
아킬레스힘줄 부상 이후 하체 근력 운동이 원활하지 않은 황인춘은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키웠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30분, 경기가 끝난 뒤 1시간씩 스트레칭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트 위에서 좌우로 몸을 크게 돌리거나, 머리 위로 팔을 쭉 뻗는 동작 등을 하며 땀을 흘린다. 황인춘의 트레이너인 조현골프아카데미 조현 프로는 “상체와 하체의 반복적 스트레칭을 통해 신체 가동 범위를 넓혀 유연하게 스윙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황인춘은 “유연한 몸과 스윙 교정 덕분에 올해 비거리가 15∼20야드 정도 늘었다”며 웃었다.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도 비슷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최호성은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이 떨어졌다. 백스윙 시 20대 골퍼들처럼 팔을 높이 올릴 수가 없었다. 팔 높이를 낮추는 대신 회전력을 높여 비거리를 늘리는 동작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비거리가 30야드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낚시꾼 스윙’이라고 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다. 최호성은 “‘꾼’이라는 어감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낚시 스윙’으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둘 모두 가슴이 찡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이대가 비슷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부활한 것. 최호성은 “우즈가 4차례 허리 수술 등 힘든 과거를 극복한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 초청받아 함께 경기하는 기회가 온다면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춘은 “우즈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인춘과 최호성은 다음 달 해외에서 뜻깊은 도전에 나선다. 최호성은 PGA투어 존 디어 클래식과 배러쿠다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참가한다. 황인춘은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에 출격한다. 황인춘은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생애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게 됐다. 대회를 마음껏 즐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