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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울었던 마산용마고, 마음껏 웃었다

입력 | 2019-06-28 03:00:00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작년 2회전 패배 부산고에 설욕… 에이스 김태경 호투에 타선 폭발
11-3 대파하고 2년 만에 4강… 창단 최고성적 충훈고와 격돌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와 충훈고의 8강전에서 배재고 김한별(왼쪽)이 홈으로 쇄도하며 충훈고 포수 원민기와 승부하고 있다. 팀이 1-4로 끌려가던 6회 2사 1, 3루에 3루 주자 김한별은 1루 주자 차민혁이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사이 홈스틸을 노렸으나 상대 수비의 빠른 대처로 아웃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8회초 1사 3루, 마산용마고 박범진(3학년)이 서울 목동구장 왼쪽 담장으로 띄운 타구가 담장 밖을 향해 쭉쭉 뻗자 부산고 더그아웃에 침묵이, 마산용마고 더그아웃에 환호성이 흘렀다.

마산용마고가 27일 열린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박범진의 쐐기 홈런포를 앞세워 부산고를 11-3으로 꺾고 4강에 합류했다. 2016∼2017년 2년 연속 황금사자기 우승 문턱에서 좌절(준우승)한 뒤 지난해 2회전에서 고배를 마신 마산용마고는 2년 만에 4강에 오르며 대권을 바라보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은 부산고가 마산용마고(경상권A 5위)에 앞선다는 평가였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부산·제주권 1위에 오른 부산고는 1회전에서 지역 라이벌 경남고를 꺾는 등 파죽지세였다. 16강전에서는 천안북일고를 15-2로 대파한 인상고의 돌풍까지 잠재웠다. 김성현 부산고 감독은 매 경기 한승주, 신용상, 최종인(이상 3학년) 등 주축 투수들의 투구 수도 적절히 관리해가며 그 다음 경기까지 대비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마산용마고 에이스 김태경(3학년)의 벽은 높았다. 22일 광명공고전 등판(6이닝 무실점 승) 후 5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김태경은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부산고 타선을 봉쇄했다. 김태경의 호투에 자신감을 얻은 마산용마고 타선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타올랐다. 2-2로 팽팽히 맞서던 7회초 2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한 뒤 8회 2점, 9회 5점을 내며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문남열 마산용마고 감독대행은 “김태경의 호투로 선수들도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감을 얻었다. 2년 만의 황금사자기 4강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충훈고는 배재고를 4-3으로 꺾고 2007년 야구부 창단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대회 4강에 올랐다.

1회말 1번 타자 김대원의 2루타로 기회를 잡은 충훈고는 2번 타자 성준한(이상 3학년)의 희생번트 때 김대원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드는 공격적인 주루로 선취점을 냈다. 기선을 잡은 충훈고는 2회, 5회에도 각각 1점, 2점을 내며 한번 잡은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 첫 경기(22일)에서 7과 3분의 1이닝 1실점(105구) 호투로 팀을 16강으로 이끈 에이스 윤세웅(3학년)은 4일 의무휴식을 가진 뒤 돌아온 이날도 제 몫을 했다.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 3개, 볼넷 5개를 내줬지만 위기 때마다 삼진(7개)을 솎아내며 1점만 내줬다. 윤세웅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지현(3학년)이 앞선 3경기에서 역전승을 일군 배재고의 경기 막판 끈질긴 추격을 따돌렸다.

이로써 황금사자기 우승을 다툴 네 팀의 대진이 확정됐다. 28일 오후 3시 광주일고와 유신고의 경기를 시작으로 뒤이어 충훈고와 마산용마고가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황금사자기 4강 경험이 없는 팀은 충훈고가 유일하다. 정회선 충훈고 감독은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똘똘 뭉치며 여기까지 왔다. 응집력으로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