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극단 예도의 ‘꽃을 피게 하는 것은’. 극단 예도 제공
황승경 연극평론가
그런데 이들이 지난주 대형 사고를 쳤다. 25일 서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폐막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창작극 ‘꽃을 피게 하는 것은’으로 전국의 쟁쟁한 극단들을 제치고 영예의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 이들은 연출상, 희곡상까지 휩쓸었다.
영광의 시상식에는 이삼우 상임연출만 단출하게 참여했다. 단원 40명 대다수가 거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서울까지는 올라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연출은 “힘들게 연습했는데 결과가 좋아 너무 기쁘고 영광”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극은 앙상블 싸움이다. 창단 30년의 역사를 가진 극단 예도에는 특출한 배우도, 화려한 스태프진도 없다. 오히려 압도적 배우가 없어서 한마음 한뜻으로 분투하는 앙상블이 더욱 돋보인다. 이들도 초창기에는 아마추어 극단이라는 ‘빈정’ 섞인 손가락질에 서러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작가 작품을 재공연하는 빠른 길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터득한 우리네 인생살이를 그린 창작극으로 승부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이번 ‘꽃을 피게 하는 것은’에서도 현직 국어 교사인 작가가 풀어내는 진정성 있는 무대언어로 관객은 현장감 있게 교사들의 직업적 고뇌와 갈등을 연극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다. 이선경 작가는 처음에는 배우로 입단을 했다가 근무지가 인근 도시 창원으로 발령 나는 바람에 연습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극단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그녀는 촉망받는 신예 작가로 맹활약하며 희곡상 수상의 기쁨도 누리게 됐다.
경연 날에도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 새벽 2시 거제행 버스에 고단한 몸을 실으러 가던 이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힘겨운 무대를 마친 배우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시지 않았다. 연극과 함께하는 이들의 삶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황승경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