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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이 사라진 조선왕실 마지막 희망

입력 | 2019-06-28 03:00:00

국립고궁박물관 효명세자 특별전
21세로 요절한 순조의 아들… 드라마 ‘구르미’서 박보검이 연기
유물 110건 전시, 미완의 업적 기려




1812∼1828년 효명세자의 일상을 날짜순으로 기록한 ‘효명세자 동궁일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아! 하늘에서 너를 빼앗아감이 어찌 그렇게도 빠른가? 장차 우리나라를 두드려서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1830년 21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 효명세자(1809∼1830)에게 조선의 제23대 임금 순조는 이 같은 제문(祭文)을 써내려간다. 이 글 속에는 아들을 먼저 잃은 아버지의 슬픔에 더해 왕실의 희망이 사라진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순조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 정조를 여읜 후 정순왕후의 수렴청정과 외척세력 속에서 힘겹게 왕위를 지켜가고 있었다. 아들이 19세가 되자 순조는 대리청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정사를 돌보게 했다. 3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기간 동안 정치 문학 회화 건축 궁중잔치와 궁중정재(呈才) 분야에서 이룩한 효명세자의 업적은 또 한 명의 뛰어난 문예군주를 연상케 했다. 2016년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이영이 바로 효명세자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효명세자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전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효명’이 28일부터 열린다. ‘효명세자 동궁일기’와 대리청정 당시 기록인 ‘대청시일록’, 효명세자 관례(성년식)를 기록한 그림 ‘수교도’, 효명세자가 쓴 시의 초고본인 ‘경헌시초’ 등 유물 110여 건을 선보인다. 1828∼1830년 무렵의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인 ‘동궐도’에 묘사된 효명세자의 거처와 창작 공간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다음 달 11일과 9월 5일 특별 강연이 열리고, 다음 달 14일에는 궁중정재 공연도 열린다. 9월 22일까지. 무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