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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태수, 2010년 고려인 여권 위조해 키르기스스탄 떠나

입력 | 2019-06-28 03:00:00

한보 가스사업 에콰도르로 도피
檢, 장례식 동영상 진위 분석… 정한근 해외재산 동결절차 밟아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2010년 7월 키르기스스탄에서 에콰도르로 출국할 당시 외모와 연령이 비슷한 고려인 여권을 위조해 출국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정태수 씨의 4남인 정한근 전 부회장(54)으로부터 제출받은 부친의 위조 여권과 관련 서류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정태수 씨는 2007년 5월부터 키르기스스탄에 머물러왔지만 수사 당국이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자 에콰도르로 출국했다. 그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를 설립했고, 이 회사의 에콰도르 지사가 에콰도르에서 가스개발 사업을 해왔다. 검찰은 정태수 씨가 에콰도르 현지 사정에 밝아 이곳을 자신과 아들인 정한근 씨의 은신처로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해 12월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치러진 정태수 씨의 장례식 동영상과 50쪽 분량의 자서전 초고를 정한근 씨로부터 확보했다. 검찰은 동영상 분석을 통해 “부친이 사망한 뒤 화장을 했고, 가족 등과 장례를 치렀다”는 정한근 씨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한근 씨의 해외 은닉 재산을 2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에콰도르와 미국 등 관계 당국에 이 재산의 동결을 위한 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한근 씨의 가족이 거주하는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재산에 대해서도 도피 재산 추적과 몰수에 대한 사법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검찰은 2013년 전두환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 뒤 2015년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 부부의 미국 내 주택 매각대금 등 112만6951달러(약 12억3000만 원)를 환수한 적이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