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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中, 반도체 2만 인재 굴기… 쫓기는 韓, 1000명 허덕

입력 | 2019-06-28 03:00:00

中정부, 명문大들에 수백억씩 투입… 반도체 인재 육성 플랫폼 만들기로
韓, 서울대-KAIST 학과 개설 못해… “대학 정원규제-의지부족 탓” 지적




중국 정부와 중국 최고 명문대들이 연간 수천 명 규모의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도 시스템반도체를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겠다며 기업과 대학이 함께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후보로 올랐던 서울대가 이를 최종 백지화한 가운데 반도체업계는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거의 유일하게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마저 중국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7일 중국반도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국가개발위원회, 공업정보화부 등과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 샤먼대와 함께 올해부터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 반도체산업·교육 통합 혁신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정부가 각 대학에 수백억 원을 투입해 해마다 수천 명의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는 중국의 최고 명문 9개 대학인 ‘C9리그’에 속해 있다. 샤먼대는 중국 최초로 반도체학과를 개설한 대학으로, 반도체클러스터 내에 있어 산학협력 전문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일단 3년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로 배출되는 중국의 반도체 인재가 최대 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한국의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추진하는 반도체 계약학과는 4개 대학이 후보에 올랐지만 고려대와 연세대가 2021년부터 각 40명의 신입생을 뽑기로 결정한 이후 진척이 없다. 서울대는 “특정 기업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과 개설은 부적절하다”는 학내 반발로 계획을 접었다. KAIST도 다른 단과대의 반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연간 50∼70명)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서울대 등 10여 개대의 반도체 연구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반도체 트랙’이 거의 전부다. 반도체 트랙으로 길러내는 인력은 연간 200여 명이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2024년부터도 국내에 공급되는 반도체 전문 인력은 연간 350여 명에 불과하다. 3년간 양성 인력은 1000여 명에 그친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데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와 대학의 의지 부족으로 인재 양성이 충분히 안 되고 있다. 이게 한국 대표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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