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 PD. 사진제공|MBC
2013년 3월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28일 300회를 맞았다. 2016년부터 연출을 맡고 있는 황지영 PD는 그중 딱 절반을 함께했다. 그 사이 2017년과 2018년 연속 MBC 방송연예대상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하는 등 굵직한 성과도 거뒀다. 프로그램은 시청률 10%대(닐슨코리아)를 웃돌며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프로그램의 ‘황금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 PD가 돌이킨 ‘나 혼자 산다’는 과연 어떨까. 300회를 앞둔 26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6년 장수? 그 자체로도 행운”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황 PD는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한 프로그램이 6년이나 자리를 지킨 것은 행운”이라며 웃는다. 좌충우돌하고 탈도 많았던 3년을 돌이키던 그는 결국 “행복한 기억”이 대부분이라고 답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깔도 조금씩 바뀌었다. 노홍철·김광규 등 남자 멤버들이 짠한 웃음을 준 초창기가 1막이라면, 전현무·이시언 등 ‘무지개 모임’ 회원들의 케미스트리가 제대로 불붙은 2017년은 2막의 시작이었다. 방송인 박나래가 주축이 된 최근의 모습은 이들의 3막인 셈이다. 황 PD는 이를 두고 “1인가구의 트렌드에 발맞춘 결과“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세 단계로 나눈다면 나는 2막과 3막을 연출했으니 참 오래도 했다는 느낌이 든다.(웃음) 나름 초창기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변주를 많이 시도했다. 그 안에 사회적 정서를 담으려고도 애썼다. 전엔 나이가 많은데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을 보고 ‘짠하다’고 말하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결혼과 출산 등이 선택인 시대가 되면서 그런 시선이 사라졌다. 또 혼자 산다고 해서 외롭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여러 사람들과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이런 변화들을 게스트를 초대하는 ‘무지개 라이브’나 회원들의 모임으로 보여주려 했다.”
물론 그 결과가 모든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시청자 사이에선 “친목 방송”이란 쓴 소리도 나왔다. 때로는 멤버를 향한 각종 논란도 쏟아졌다. 털털한 일상을 보여줬다가 ‘위생논란’에 휩싸인 웹툰작가 기안84가 대표적이다. 황 PD 또한 “재미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우리는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매사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애쓴다. 다만 출연자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향해 좀 더 관대한 시선으로 봐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가치관이 서로 다른 1인 가구의 가지각색 일상을 전하는 것이다. 처음엔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사진제공|MBC
● “위기가 왔더니 멤버들이 변했다”
‘나 혼자 산다’는 박나래를 필두로 이시언·기안84·헨리가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이다. 연기자 성훈과 그룹 마마무의 화사 또한 자주 얼굴을 내밀면서 새 가족이 됐다. 방송인 전현무와 모델 한혜진의 휴식기로 멤버 변화가 생긴 3월 방송가 안팎에서 새어나온 ‘위기설’은 어느새 사라졌다.
“프로그램의 가장 큰 위기가 언제냐고? 나에겐 ‘매 순간’이다.(웃음) 물론 체제 변화에 앞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긴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안 가본 길을 가니 당연하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순발력과 협동심으로 잘 흘러온 것 같다. 응원을 하며 이를 함께 지켜본 시청자들의 힘도 컸다. 덕분에 어수선함이 많이 정리되고 ‘한숨 돌리는’ 상황이 됐다.”
황 PD는 “위기감이 드는 순간 멤버들이 먼저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각자의 스케줄로 바쁜 멤버들은 시간을 쪼개 촬영장에 달려왔다. 갑작스레 진행자가 된 박나래를 위해 평소 말 없던 이시언도 ‘투머치토커’를 자처했다. 황지영 PD는 “멤버들이 프로그램을 아끼는 만큼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황 PD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한 ‘나 혼자 산다’는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생명체”였다. “제작진에겐 한 주마다 다른 느낌”이라는 그는 “그렇기에 나조차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페이스를 유지하되 좀 더 성장해서 좋은 방송을 선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