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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박병호의 홈런공을 잡아라!…최적의 명당자리는 어디?

입력 | 2019-06-28 17:26:00


야구장 외야 관중석 티켓을 산 야구팬들의 꿈은 단 하나다. 바로 홈런 공을 잡는 것. 담장을 넘어와 떨어지는 홈런 공을 글러브로 턱 하고 잡아내는 일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봤을 법한 일이다.

물론 홈런 공이 알아서 야구팬을 찾아오진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4년 메이저리그(MLB) 홈런 1000개를 분석한 결과 타구를 관중이 곧바로 잡은 건 85개뿐이었다. 불펜 등 관중이 갈 수 없는 지역에 떨어진 게 335개였고, 관중이 없는 좌석에 떨어진 게 178개였다. 그 밖엔 공을 떨어뜨렸거나, 관중이 너무 많아 잡지 못한 경우 등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다. 홈런이 오지 않으면 직접 홈런 공에 다가가면 된다. 더구나 지금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의 시대다. 실제로 미국의 티켓 판매 사이트 ‘시트기크(seatgeek)’에서는 MLB 전체 30개 구장 외야석의 구역별 홈런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구미가 당길 법한 이야기다.

같은 원리로 국내 야구장에서도 홈런 공을 잡을 수 있을까. 애슬릿미디어가 제공하는 ‘트랙맨 시스템’을 활용해 홈런 공 잡기에 도전해 봤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통해 투·타구 정보를 분석하는 이 트랙맨은 기존 타구 방향, 비거리 등만을 알려주는 KBO 자료와 달리 구체적인 낙구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9개 구단이 전력 분석, 선수 육성 등을 위해 트랙맨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자, 그럼 야구장으로 떠나보자.

● ‘스프레이 히터’ 박병호의 홈런 공을 잡아라


타깃은 키움 박병호(33·사진)의 홈런 공으로 정했다. 국내 최초로 4년 연속(2012~2015년)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홈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타자다. MLB에서 복귀한 지난 시즌에도 박병호는 43개의 홈런(공동 2위)을 쏘아 올리며 국내 최초 3년 연속 40홈런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성남고 재학 시절 기록한 4연타석 홈런은 유명하다.

5일 SK와 키움의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박병호의 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의 안방 구장이다.

재미난 건 박병호가 홈런 타자로서는 드물게 ‘스프레이 히터’ 유형의 타자라는 점이다. 많은 홈런 타자들이 대개 타구를 당겨 치는 성향인 것과 달리 박병호는 그라운드 위에 스프레이를 뿌린 듯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2019시즌 홈런 선두 SK 최정(32)의 홈런이 좌익수 뒤편에 쏠린 것과 달리 박병호는 왼쪽, 가운데,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고루 분포돼 있는 편이다. 심지어 우측 폴대 쪽으로 친 홈런도 적지 않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폼 자체가 가운데 방향으로 타구가 많이 가는 폼이다. 몸쪽 공은 게스 히팅(예측 타격)으로 대처해 왼쪽으로 보내고, 바깥쪽 공은 타이밍이 늦었음에도 힘으로 밀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쪽 공에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른쪽 팔을 몸통에 붙인 채 타격을 하는 일명 ‘티라노 타법’을 통해 박병호의 기량 또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본이 많을수록 오차는 줄어들기 마련. 우선 박병호의 2018, 2019시즌 기록을 토대로 홈런 볼 잡기에 최적의 명당자리를 분석했다. 트랙맨을 통해 홈런 기록을 분석한 결과 타구가 야구장 전역으로 고루 분포된 가운데 백스크린 좌측에 타구가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박병호가 지난달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시즌 8호 홈런이 이 방향으로 날아갔다. 트랙맨에 따르면 이 홈런은 시속 177.6km로 135m를 날아갔다.

박병호의 홈런 기록과 고척스카이돔 좌석 배치도를 대조해본 결과 3루 방향 외야 관중석 215구역이 홈런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석됐다. 이제 홈런 공을 잡을 시간이다.

● 마지막 뜬공은 어디로?

이날 기준 13개로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던 박병호는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파울 2개를 연달아 쳐낸 박병호는 3구째 강한 땅볼 타구를 쳐냈다.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뚫는 듯했지만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걸려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첫 타석쯤은 얼마든지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박병호는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유격수 땅볼로,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불현듯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함께 글러브를 낀 채 외야석에 앉은 관중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경기는 어느덧 8회말, 마지막 타석. 최근 2시즌이 아닌 올 시즌 자료만을 근거로 다시 자리를 옮겨봤다. 올 시즌 박병호는 오른쪽 폴대 방향으로 많은 홈런을 보냈다. 시즌 1, 2호 홈런이 모두 우측 폴대 근처로 향했다. 5, 11호 홈런도 비슷한 곳에 떨어졌다.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새 자리를 찾았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중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가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4구째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쳤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허공을 갈랐다. 외야수의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외야석에 앉은 이들의 마음도 따라 들썩였다. 이날 박병호가 날린 마지막 타구의 향방은? 박병호의 홈런 공 잡기 도전기는 동아미디어그룹의 디지털 콘텐츠로 곧 공개될 예정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