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총장들이 ‘11년째 동결된 등록금을 법정 한도 내에서라도 인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교육부에 호소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7일 ‘고등교육 혁신과제와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요청했다. 2008년 이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토로한 것이다.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교육부가 재정 지원 등을 볼모 삼아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부족한 데다 경제 규모와 비교할 때 등록금 수준이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낮은 점 등을 교육 여건 악화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이날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는 평균적으로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재 대학 등록금은 장학금을 제외하면 고교 수업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립대의 작년 평균 등록금은 743만300원으로 2009년에 비해 2만500원(0.28%) 인상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 등록금은 하락한 셈이다.
대다수 사립대가 재원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의 고착화는 고등교육의 뒷걸음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 이어 8월 시행하는 강사법 등이 겹치면서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의 재정적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교육과 연구의 질적 저하다.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치열한 연구개발(R&D) 경쟁을 벌이는데 국내 대학은 생존에 급급하다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전체 사립대의 R&D 예산 규모는 2017년 4470억 원으로, 2011년 5397억 원보다 되레 감소했다. 실험시설의 개보수도 못하고 실력 있는 교수들이 떠나는 환경이라면 미래전략산업의 인재 육성은 생각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