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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알고 먹으면 藥, 모르면 毒… 식탁 위 식물도감

입력 | 2019-06-29 03:00:00

◇식물학자의 식탁/스쥔 지음·박소정 옮김/400쪽·1만7500원·현대지성
37만여 종 식물 중 식용은 8만종, 건강에 좋은 은행도 독성 있어
야생 식물 함부로 섭취 말아야




‘식물학자의 식탁’에는 각 식물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함께 들어 있다. 쓰촨미술대학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삽화가 류춘톈의 그림이다. 그림 속 식물은 은행 용두 홍두삼. 현대지성 제공

중국인도 한국인만큼이나 음식의 효능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산에서 나물이나 버섯을 캐 먹는 건 물론이고, 떨어진 은행을 줍는 풍경까지 벌어진다는 걸 이 책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식물학 박사인 저자는 ‘고지식한 먹보’를 자처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먹는 식물의 뒷이야기를 파헤친다.

여러 식물을 ‘식물학자의 경고’, ‘식물학자의 추천’,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 총 3개의 장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중국 과학원 식물연구소를 졸업하고 잡지 ‘과학세계’ 부편집장으로 일했으며, ‘론리 플래닛’ 시리즈 번역자로도 일하는 만큼 전문 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첫 장의 주제가 경고라는 것도 흥미롭다. 쓴맛과 야생에 대한 맹신으로 위험한 식물을 무턱대고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그는 “채소에서 얻어야 하는 영양소는 수분, 비타민, 무기질과 식이섬유인데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며 “쓴맛을 견디고 중독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천연에 가까운 채소를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개하는 첫 주인공이 은행이다. 그는 은행이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상고시대의 간식’이라고 한다. 은행 특유의 달짝지근하고 씁쓸한 맛은 고급 요리에도 잘 쓰이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은행에는 시안화수소산, 깅골산 등의 화학물질이 있어 중독 사례도 많다. 1세 미만의 영아는 은행 10알을 먹으면 치명적이고, 3∼7세 아동은 30∼40알을 먹으면 중독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재배하지 않은 야생 식물을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지구에 있는 식물의 종류가 무려 37만여 종에 달하는데 이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8만 종 미만이다. 역사상 인류가 활용해 본 식물은 3000종이며 재배하는 식용식물은 150종에 불과하다. 저자는 재배 식물이 오랜 세월 동안 안전성을 검증한 것임에도, 이를 믿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야생 식물을 먹고 싶다면 전문가의 지도 아래 캐야지 식물도감을 들고 가서 캐는 짓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다음 장인 ‘추천’과 ‘개인 소장품’은 맛은 물론이고 영양도 좋은 식물과 저자가 흥미롭게 여기는 식물을 소개한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먹었던 ‘참죽순’ 부침을 “따귀를 맞아도 포기할 수 없는 별미”라고 표현하는 등 맛깔나는 표현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내가 즙을 내준 샐러리를 먹다가 ‘샐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기사를 보고 연구 자료를 뒤져 본 경험도 흥미롭다. “둘째를 가져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기에” 직접 의혹을 파헤친 결과 인용된 글은 정식 학술 연구 보고가 아니었다. 저자는 샐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소문은 ‘카더라’ 뉴스라고 결론지은 뒤 덧붙인다. “참, 나는 무사히 득녀에 성공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