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Ⅱ/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지음·윤민호 옮김/424쪽·2만3000원·시공사
“이제 마블은 어디로 가는 걸까?”
작품이 맘에 들었건 아니건, 엔드게임은 제목처럼 한 시대를 종언했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가 있나.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에피소드가 또 등장할 터. 그런 시점에서 그래픽노블 ‘시빌 워Ⅱ’는 또 다른 서사시의 출발을 가늠해볼 좋은 스포일러가 돼줄지도 모르겠다.
‘시빌 워Ⅱ’는 또 다른 난제를 갖고 돌아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범죄를 예방해 다수의 안전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그게 가능하다 해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죄를 묻는 게 정의일까. 이번엔 아이언맨과 캡틴 마블이 중심이 돼 대립각을 세운다. 그리고 또 한번 내전으로 피를 흘린다.
솔직히 말하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전작의 충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 많은 희생과 더 많은 반전이 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을 읽지 않고는 마블 세계관의 향배를 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아쉽다곤 했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뜻이지 졸작이란 얘긴 아니다.
엔드게임은 의외로 ‘슬펐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나. 하지만 우리는 안다. 1세대가 떠났다고, 디즈니나 마블이 그리 호락호락 물러설까. ‘시빌 워Ⅱ’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