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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안보조약 불만[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19-06-29 03:00:00


미일 안보조약은 1951년 체결된 후 일본에서 불평등한 조약이라는 불만이 나와 이른바 안보투쟁의 원인이 됐다. 지금은 미국에서 오히려 불평등한 조약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로 향하기 전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그들을 위해 싸우지만 미국이 지원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소니 TV로 미국에 대한 공격을 지켜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패전국 일본은 자위대를 보유하고 개별적 자위권까지는 행사할 수 있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평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에 저촉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의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적 자위권이 없이 서로 방어해 주는 동맹국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 필리핀 등은 미국과 상호방위(mutual defense)조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름부터 다른 안보(security)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헌법 9조에 저촉된다는 주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불만을 늘어놓는 게 아베에게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 헌법 9조를 개정해 위헌 논란 자체를 없애려는 아베의 시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접국인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경우 한반도 유사시 우리의 요청 없이도 위협받는 미군을 구실로 일본이 개입할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의 불만은 따지고 보면 돈과 연결돼 있다. 주둔군 수로 보면 주일미군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주독미군, 주한미군 순이다. 주일미군지위협정에 따르면 주일미군의 운영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1978년부터 일본은 그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일 안보조약의 실질적 비대칭성을 거론하며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에도 주한미군 운영경비의 분담금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1991년부터 분담금을 내기 시작해 분담률이 아직 일본만큼 높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달리 베트남전 참전, 이라크 파병 등으로 피를 흘리면서까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동맹을 소중히 여기고 동맹의 의리를 지키되 부당할 정도의 분담금 증대 요구에는 당당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