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홈런공 잡기’ 여기가 명당… 고척돔 도전기
키움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왼쪽)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4년 연속(2012∼2015년) 홈런왕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3년 연속 40홈런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라이온 킹’ 이승엽도 하지 못한 기록들이다. 한때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박병호가 절치부심해 홈런왕 경쟁에 불을 붙일지 관심이 쏠린다. 동아일보DB
물론 홈런 공이 알아서 야구팬을 찾아오진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4년 메이저리그(MLB) 홈런 1000개를 분석한 결과 타구를 관중이 곧바로 잡은 건 85개뿐이었다. 불펜 등 관중이 갈 수 없는 지역에 떨어진 게 335개였고, 관중이 없는 좌석에 떨어진 게 178개였다. 그 밖엔 공을 떨어뜨렸거나, 관중이 너무 많아 잡지 못한 경우 등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다. 홈런이 오지 않으면 직접 홈런 공에 다가가면 된다. 더구나 지금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의 시대다. 실제로 미국의 티켓 판매 사이트 ‘시트기크(seatgeek)’에서는 MLB 전체 30개 구장 외야석의 구역별 홈런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구미가 당길 법한 이야기다.
○ ‘스프레이 히터’ 박병호의 홈런 공을 잡아라
5일 SK와 키움의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박병호의 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의 안방 구장이다.
재미난 건 박병호가 홈런 타자로서는 드물게 ‘스프레이 히터’ 유형의 타자라는 점이다. 많은 홈런 타자들이 대개 타구를 당겨 치는 성향인 것과 달리 박병호는 그라운드 위에 스프레이를 뿌린 듯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2019시즌 홈런 선두 SK 최정(32)의 홈런이 좌익수 뒤편에 쏠린 것과 달리 박병호는 왼쪽, 가운데,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고루 분포돼 있는 편이다. 심지어 우측 폴대 쪽으로 친 홈런도 적지 않다.
표본이 많을수록 오차는 줄어들기 마련. 우선 박병호의 2018, 2019시즌 기록을 토대로 홈런 볼 잡기에 최적의 명당자리를 분석했다. 트랙맨을 통해 홈런 기록을 분석한 결과 타구가 야구장 전역으로 고루 분포된 가운데 백스크린 좌측에 타구가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박병호가 지난달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시즌 8호 홈런이 이 방향으로 날아갔다. 트랙맨에 따르면 이 홈런은 시속 177.6km로 135m를 날아갔다.
박병호의 홈런 기록과 고척스카이돔 좌석 배치도를 대조해본 결과 3루 방향 외야 관중석 215구역이 홈런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석됐다. 이제 홈런 공을 잡을 시간이다.
○ 마지막 뜬공은 어디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박병호의 홈런 공 잡기에 도전한 강홍구 기자(왼쪽)와 장민규 애슬릿미디어 이사. 이들의 도전기는 동아미디어그룹의 디지털콘텐츠로 공개될 예정이다.
경기는 어느덧 8회말, 마지막 타석. 최근 2시즌이 아닌 올 시즌 자료만을 근거로 다시 자리를 옮겨봤다. 올 시즌 박병호는 오른쪽 폴대 방향으로 많은 홈런을 보냈다. 시즌 1, 2호 홈런이 모두 우측 폴대 근처로 향했다. 5, 11호 홈런도 비슷한 곳에 떨어졌다.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새 자리를 찾았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중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가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4구째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쳤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허공을 갈랐다. 외야수의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외야석에 앉은 이들의 마음도 따라 들썩였다. 이날 박병호가 날린 마지막 타구의 향방은? 박병호의 홈런 공 잡기 도전기는 동아미디어그룹의 디지털 콘텐츠로 곧 공개될 예정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