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영혁신기업]스크린 프린터 분야 1위, 올해 매출 150억 원 목표

입력 | 2019-07-01 03:00:00

㈜이에스이




(주)이에스이 평택 본사 전경.

휴대전화, 컴퓨터, 가전제품, 자동차 등 우리나라 기업에서 생산하는 전자제품의 종류는 수백여 가지다. 전자기기에는 다양한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들을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회로판인 PCB(Printed Circuit Board)가 공통적으로 쓰인다. PCB 기판 위에 솔더 페이스트(Solder Paste·프린트 배선기판의 납땜에 사용되는 크림의 일종)를 인쇄하는 과정을 SMT(Surface Mounting Technology·표면실장기술) 공정이라고 한다. 각 기업에서는 현재 PCB를 특수 프린터인 고속 스크린 프린터로 인쇄하고 있다.

고속 스크린 프린터와 반도체용 멀티 프린터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독보적으로 1위 자리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 ㈜이에스이다. 1994년 ‘은성엔지니어링’으로 출범했다 1996년 상호를 ESE로 변경했다. 현재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본사에서는 직원 46명이 근무중이며 스크린 프린터, 특수목적용 프린터, 일반형 프린터, 듀얼 프린터, 대형 프린터 등 8개 종류의 프린터를 생산하고 있다.

고형래 (주)이에스이 대표

회사를 설립한 고형래 대표는 1980년대부터 대우자동차, 아남산업, 주안마이크론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꿈을 실현하고자 창업에 뛰어 들었다. 엔지니어 출신이던 그는 초창기에 노즐 및 반도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2000년대 초 프린터 사업의 비전을 엿보고 장비 생산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회사들의 스크린 프린터가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르러 국내에서도 해당 분야 진출이 이뤄졌고, 이에스이는 발 빠르게 뛰어든 덕에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이에스이는 지난 10여 년간 연구개발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 독자적인 기술로 프린터 개발을 완료했고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수적인 CE인증마크를 획득했다. 2004년에는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된 데 이어 품질경영 국제표준인 ISO9001-2000 인증을 받았다. 2010년에는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인 INNOBIZ 인증, 2011년 듀얼 레인 스크린 프린터 특허 등록, 2017년 Productronica 독일 전시회 출품 등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에스이의 제품은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이노텍, 앰코테크놀로지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대기업의 중소 협력사 등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이에스이는 2002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 법인 ‘ESE 재팬 컴퍼니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 대리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회사의 성장은 매출로 증명된다. 회사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매년 꾸준히 15∼20%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는 1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이에스이 스크린프린터.


회사가 25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데는 고 대표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바탕이 됐다. 고 대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는 ‘최고’가 되자는 신념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현재 동종업계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은 일본을 앞질러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지금도 직접 도안을 그려 기술팀과 논의한 끝에 장비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또한 직원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모범을 보이려 노력한다. 어릴 적부터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한 것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라고. 향후 65세가 되면 일주일에 사흘 정도 출근하며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스이는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연말이면 회사 수익의 10%를 기부하고, 20%는 46명의 전체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전체 직원 가운데 20대를 제외하고는 평균 10년 이상 장기 근무자가 대부분이다. 고 대표는 “수익이 생기면 사회는 물론 직원과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이에스이에서는 모두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정년퇴임 없이 근무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부서가 있다면 이동해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 대표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육성화정책’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정책이 많다. 기술로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안타깝다.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해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스이는 2021년 매출 200억 원 이상, 직원 60명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고 대표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대기업 못지않게 훌륭한 중소기업이 얼마든지 많다. 특히 창업을 생각한다면 중소기업에서 1등이 될 만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뛰어들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회사가 25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데는 고 대표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바탕이 됐다. 고 대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는 ‘최고’가 되자는 신념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현재 동종업계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은 일본을 앞질러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