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그런데 웬걸, 이야기는 미국 대선으로 자꾸 흘러갔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가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이유가 뭔지, 왜 민주당 후보들의 정책이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고령의 대선 주자들과 젊은 부통령 간의 조합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에 대한 그의 ‘강의’가 이어졌다.
북한 쪽으로 다시 논의 초점을 옮기려는 기자에게 그는 대뜸 “토론회 질문 과정에서 북한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 보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대선주자 토론회 질문에 북한은 없었다. 불법이민자, 건강보험 같은 것들로 2시간이 채워졌다. 앞으로 이어질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북한이 이슈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북한은 전쟁이 나는 정도라야 이슈가 되겠지….”
주요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나는 지금 일본에 있는데, 졸린 조(Sleepy Joe)나 미친 버니(Crazy Burnie)에게 그다지 좋은 날이 아니었다고 들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글로벌 경제와 중동 정세, 미중 무역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G20 정상들과의 회담이 이어지는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조차 그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뿐이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모인 주요국 정상들의 눈길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TV토론이 벌어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쏠렸다고 한다. 미국의 정권교체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전제로 트럼프식 외교안보 정책에 맞춰가야 할지를 판단할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명의 후보가 펼치고 있는 민주당의 경선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굳어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취임 초기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설에 시달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조차 마무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던 정상들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재선되는 시나리오에 맞춘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그의 좌충우돌식 외교 정책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4년 더’ 가능성을 대비할 시점은 바로 지금부터인 것 같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