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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평판은 돈이다

입력 | 2019-07-01 03:00:00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우버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모빌리티 제공이라는 사업모형을 대대적으로 성공시킨 회사다. 이 회사는 이른바 세계 공유경제의 선두주자로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우버는 당초 2017년 상장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올 5월에야 기업공개(IPO)를 했다. 지난 2년간 최고경영자(CEO)의 부적절한 언행과 기업 내부의 성희롱, 각종 탈법 행위 등 갖가지 악재로 평판이 추락하며 타이밍을 놓친 탓이다.

각종 사건사고가 겹치자 소셜미디어에선 ‘#deleteuber(우버 앱을 지워라)’ 캠페인이 들불처럼 퍼졌다. 이로 인해 2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우버에서 탈퇴했고, 그 결과 우버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7년 80%에서 2018년 중반 69%까지 떨어졌다.

직원들 역시 회사에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버를 떠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특히 이직한 직원의 과반수가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뉴스를 이직 원인으로 제시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결국 2017년으로 예정돼 있던 상장은 미뤄졌고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뒤늦은 상장으로 인한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때 약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던 우버의 가치는 상장 첫날(올해 5월 10일) 공모가보다 7.62% 하락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상장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윤리규범의 확립과 내부 통제 시스템 및 대관 업무 시스템 확립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우버 사례는 기업 경영에서 이른바 ‘평판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 기업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초연결 시대’에는 시장 전략만큼이나 비(非)시장 전략도 중요하다는 시사점 역시 제공한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계가 지구촌이라 불릴 만큼 시간적, 정서적 거리가 짧아졌다. 스마트폰을 가진 수십억 명의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을 실감나게 찍을 수 있고,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 결과 생산자들은 더 이상 익명으로 남을 수 없게 됐다. 이는 환경보호, 제품 안전, 작업장 안전, 차별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업들이 저개발 국가에서 환경을 파괴하며 자원을 개발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알기 어려웠다. 심지어 유명인들이 조세 회피처에 비밀계정을 만들어 세금을 회피한다고 해도 알 방법은 거의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스마트폰과 무선통신으로 무장한 단 한 명의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불법, 탈법,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할 수 있고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우유 회사나 항공사의 ‘갑질’ 등 많은 사례가 몇몇 적극적 이해관계자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그 여파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처럼 완전히 변화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고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신독(愼獨)’ 개념이 필요하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간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신독은 수백만 개의 눈이 기업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하는 데 훌륭한 지침을 제공한다.

익명성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는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고, 문제의 소지가 될 행동을 하지 않으며, 내부적으로 항상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만이 기업이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까지 비시장 전략이라고 하면 다들 정경유착을 연상시키는 대관 업무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진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사회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현명한 비시장 전략의 수립과 집행은 이제 모든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jmoo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