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미국 투자 이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면담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롯데 제공
김지현 산업1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긴장감과 기대감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준비해왔다. 혹시라도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강한 멘트가 나오진 않을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주문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우려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국내 기업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기업들은 사뭇 놀라는 분위기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신 회장을 향해 다시 한 번 루이지애나 투자에 감사하며 “정말 많은 훌륭한 일을 했다”고 노골적으로 치켜세운 것이 재계에선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들의 미국 투자 덕에 미국 일자리가 늘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쌓은 무역장벽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국 내 공장을 지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적어도 미국에 진출해 사업하는 기업들에 대해선 오로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점도 잘 봐야 한다.
기업에 투자를 촉구하는 방법으로 무조건 팔을 비틀 수도 있지만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을 시행하면서 장기간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도 있다. 정책으로 확신을 주면 투자와 고용은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게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 아니겠는가.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이지만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일관성이 있다.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덕에 실업률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고 자부하는 그는 “지금이 투자하기 최적기”라며 우리 기업들에 노골적으로 윙크를 날리고 있다.
김지현 산업1부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