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스티브 몬츠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학 잡지 네이처에 프레온 가스(CFC-11)의 증가에 대한 연구를 지난해 5월 발표했다. 프레온 가스는 1970, 80년대 대기화학 연구를 통해 오존을 파괴하고 남극에 오존 구멍을 만드는 오염물질로 판명돼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이후 세계적으로 생산이 금지됐다. 즉각적인 합의 이면에는 1950년대부터 프레온 가스를 생산해온 화학 회사들이 이미 성층권의 오존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같은 효과를 내는 물질을 개발해 상용화 준비를 끝냈다는 시대적 배경도 있다. 이후 대기 중 프레온 가스는 지속적으로 줄었는데 최근 수년 사이 감소세가 멈추는, 즉 대기 중 방출이 의심되는 자료들이 쌓여왔다. 분석 결과 몬츠카 박사는 아시아 쪽에서 프레온 가스가 불법 생산되는 것 같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스 탐사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산둥 지방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서 프레온 가스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온 가스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생산가가 저렴한 프레온 가스 생산이 암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이 기사에서 보도했다.
지구온난화, 성층권 오존의 파괴, 미세먼지, 여름철 광화학 오존의 문제 모두 다른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산업 활동이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컵슨은 대기오염을 정의하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기체나 먼지들이 대기 중에 특정농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돼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현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모든 문제들은 모두 대기오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원치 않은 이러한 현상을 왜 인류는 이렇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일까?
종종 지구의 날 행사 현장에서 ‘아픈 지구를 구해주세요’라는 구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인식의 이면에는 인류가 지구를 위해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자선적인 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구 시스템의 역사를 보면 현실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산소가 처음 등장한 28억 년 전 지구에서는 혐기성 미생물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다. 당시 등장한 산소는 혐기성 미생물들에게는 유독 가스여서 대(大)멸종이 초래되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지구의 역사에서는 공룡의 멸종을 포함해 급작스러운 지구 환경의 변화로 대멸종에 이르는 상황이 종종 확인된다. 이러한 역사를 보면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여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지구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명체들을 다시 품게 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지구에 인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지구가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우리의 환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