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한풀이 vs 한풀이, 유신고 집중력이 더 셌다 준우승 4번 마산용마고에 역전승… 1988-2006년 결승 패배 딛고 환호 2-4 뒤진 4회 2사에 등판 소형준… 투심-변화구 적절히 섞어 완벽투 끝까지 2안타 무실점 막고 MVP
제7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사상 처음 정상에 오른 유신고 선수들이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1984년 창단한 유신고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마산용마고와의 대회 결승에서 10-4로 역전승하며 35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유신고가 창단 35년 만에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유신고는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마산용마고를 10-4로 꺾고 고교야구 최고 권위의 황금사자기를 들어올렸다. 1984년 창단 후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두 차례(1988년, 2006년) 했던 유신고는 이날 우승으로 길었던 한을 풀었다.
주말리그 경상권A 5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마산용마고는 결승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또 한 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5번째 준우승이다.
원래 소형준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9km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옆구리 담 증세 때문에 통증을 느끼며 던져 구속이 덜 나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형준은 변화무쌍한 투심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프로에서나 볼 법한 센스까지 발휘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공놀이를 좋아하니까 취미로 야구나 해 봐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경기 의정부 리틀야구단에 들어갔다가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하게 된 소형준은 리틀야구 국가대표(13세 이하)에도 뽑힌 적이 있다. 이성열 유신고 감독은 “체격 조건이나 유연성을 볼 때 고교에서 찾기 힘든 선수”라고 말했다. 재능을 더 빛나게 만든 건 노력이다. 130km대 중반 공을 뿌리던 중학교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 ‘수준 차이’를 실감한 소형준은 근육을 키우고 구속을 끌어올리는 데 엄청난 땀을 쏟았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143km의 공을 던졌고 2학년 때는 148km까지 빨라졌다.
빠른 직구와 커브가 자신 있다는 소형준의 롤 모델은 시속 160km 강속구와 위력적인 커브를 갖춘 워커 뷸러(LA 다저스)다. 그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올라왔을 때 많이 힘들었는데 프로에 가면 그보다 힘든 시기가 올 것 같다”며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더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2년 선배인 김민(20)처럼 KT 1차 지명이 확실한 소형준은 이미 10년 앞을 바라보는 ‘야구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은 김민 선배님처럼 처음부터 데뷔 첫해 제 몫을 해내는 선수가 되는 것이 1차 목표이고요,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성적도 내서 몇 년 후에는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KBO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고 싶어요.”
이원주 takeoff@donga.com·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