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기업인 18명 초청 간담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손경식 CJ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부터)을 일으켜 세우며 “미국에 투자해주신 한국 기업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차례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채널A 캡처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준 한국의 비즈니스맨들과 그룹의 총수들에게 감사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한국 재계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거듭 감사를 표했다.
전날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국내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두산, CJ 등 기업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생큐 릴레이’를 이어갔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 간담회 직전까지도 대미 투자를 압박하거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라는 강경한 메시지가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과 달리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가 많아 다행이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 원을 들여 에틸렌 공장을 완공한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신동빈 회장을 제외하고는 총수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과 첫 만남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말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글로벌 정보기술(IT) 거물들과의 만남인 ‘테크 서밋’에 초청받았지만 특검 수사로 출국이 금지되면서 만나지 못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부터 신동빈 회장을 호명하며 “너무나도 훌륭한 많은 일을 성취했다”며 “내 옆에 와서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손경식 회장 등도 일으켜 세우며 “미국에 투자해주신 한국 기업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차례로 드리고 싶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가전 공장을 세운 데 이어 내년까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LG전자도 5월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으며 현대차는 앨라배마에서 2005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에 와 계신 기업들을 포함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5만 개 이상의 새 직업을 만들어줬다”며 “미국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가서 이야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은 그 뒤에 이어졌다. 그는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며 “앞으로 계속 한국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확대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2년 반이 지나면서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실업률도 5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들을 ‘경영 천재(business genius)’라고 치켜세우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대기업을 이끌어가는 정말 천재 같은 분들과 함께 자리를 해서 영광”이라고 했다. 이날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별도 발언 기회는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 행사 참석자들과 돌아가며 인사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을 결정하면서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허동준·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