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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다비드동맹 무곡집’ 한날 저녁 두 곳서 나란히

입력 | 2019-07-01 03:00:00

美 케빈 케너-韓 이진상 각각 연주
27세 슈만이 기성 음악계 맞서 만든 자유롭고 낭만적인 18개의 춤곡




결혼 직전인 29세 때의 슈만. 동아일보DB

11일 서울 저녁은 청년 슈만의 재기와 환상에 취한다. 로베르트 슈만 초기 피아노 작품의 대표작인 ‘다비드동맹 무곡집’을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나란히 연주한다.

‘다비드동맹’이란 슈만이 당대 음악계에 도전하기 위해 내세운 가상의 동맹이다. 그는 24세 때 ‘음악신보’를 창간해 음악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음악계 선배들에게 날카로운 펜을 들이댔다. ‘피상적인 기량만을 추구’하는 음악가들이 공격 대상이었다. 쇼팽, 베를리오즈, 연인인 클라라, 세상을 떠난 베토벤 등이 상상 속 ‘동맹’ 회원이었다.

이런 이념을 작품으로 구현한 곡이 27세 때의 ‘다비드동맹 무곡집’이다. 이 곡에서 슈만은 ‘플로레스탄’과 ‘에우제비우스’라는 자신의 두 아바타를 내세웠다. 격정적이고 대담한 에우제비우스, 부드럽고 시적인 플로레스탄의 모습이 엇갈리면서 자유롭고 낭만적인 열여덟 개의 춤곡을 엮어낸다.

예술의전당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케너는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그와 정경화가 지난해 발매한 프랑크와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 ‘보 수아’(아름다운 저녁)는 “안락한 터치 속에서도 예민한 반주”(BBC 뮤직매거진)란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 전체의 주제는 ‘유머레스크’다. 하이든의 소나타 C장조에서부터 쇼팽의 마주르카, 폴란드 작곡가 파데레프스키의 ‘여섯 곡의 유머레스크’까지 피아노곡에 담긴 유머의 모습을 탐구한다. 3만∼7만 원.

같은 날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연주하는 이진상은 지난해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음악계에서의 역할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09년 스위스 취리히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슈만상, 모차르트상, 청중상 등 특별상까지 모두 휩쓸었다.

그는 ‘공장에 간 피아니스트’로도 알려졌다. 완벽한 소리에 대한 갈증으로 피아노 제작 기법 자체에 심취하게 됐다는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 제작을 공부한 뒤 함부르크의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직접 피아노 제작과정을 익혔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다비드동맹 무곡집’을 비롯해 브람스 ‘피아노를 위한 4개의 소품’ 작품 119, 멘델스존 ‘무언가(Songs without words)’ 하이라이트를 연주한다. 4만 원.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