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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자처한 文대통령 “오늘은 북미대화 집중… 남북은 다음에”

입력 | 2019-07-01 03:00:00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남북미 정상 사상 처음 한자리에




30일 판문점에서는 사상 초유의 남북미 정상회동도 성사됐다. 정전협정 66주년을 맞은 올해 판문점에서 한반도 분단 3개 당사국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 비록 판문점 도로 위에서 몇 분간 선 채 대화하는 ‘노상 회동’에 그쳤지만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후 3시 45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고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오후 3시 51분경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을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자유의 집에서 나와 두 정상을 맞으면서 자연스레 남북미 3자 회동이 이뤄졌다. 군사분계선과 자유의 집 사이 도로 위에서 이뤄진 깜짝 만남이었다. 3분여의 짧은 회동이었지만 66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한 것. 문 대통령은 웃으며 김 위원장과 악수를 했고, 세 정상은 활짝 웃으며 잠시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포토라인도 따로 세워지지 않는 등 현장 상황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남북미 정상을 둘러싸고 각국 경호원들이 빙 둘러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장신의 경호원들 너머로 정상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 옆에 서며 세 정상의 모습이 잘 전달되도록 노련하게 자신의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처음 당선됐을 때 한반도에 아주 큰 분쟁이 있었다”며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과 함께 노력한 결과 이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순간을 마련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남북미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장인 자유의 집 안으로 이동해 만남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철저히 ‘조연’ 역할을 하며 북-미 정상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김 위원장을 만났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행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상봉, 대화, 그것이 앞으로 계속된 북-미 대화로 이어져 나가는 그 과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오늘은 북-미 간의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남북 간의 대화는 다음에 다시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북-미 회담을 마치고 오후 4시 51분경 남북미 정상은 함께 자유의 집을 나왔다. 들어갈 때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던 김 위원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중간에 두고 문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문 대통령과는 가벼운 포옹을 한 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 돌아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