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불법 상속-증여 ‘반칙 백태’
A 씨의 자산관리 상담을 해온 금융회사 관계자는 “‘가상의 세계’라지만 엄연히 가치를 지닌 재화이기 때문에 양도할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했다.
과세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불법 증여·상속을 계획하는 자산가들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주요 시중은행들을 통해 취재한 결과 금융회사 PB센터 등에는 불법 증여나 상속 방법을 찾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상통화, 게임 속 캐릭터 등 디지털 자산을 통한 신종 탈세 시도가 늘고 있다.
2016년부터 꾸준히 가상통화를 사놓고 있는 B 씨도 디지털 자산을 통한 증여를 계획 중이다. 당초 B 씨는 비트코인을 그대로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초 가상통화 실명제를 도입하자 계획을 바꿨다. 성능 좋은 채굴기를 구매한 뒤 이를 통해 얻은 가상통화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채굴기를 통해 얻은 가상통화는 이름표가 달리지 않아 과세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C 씨는 장기·소액 증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녀의 월급은 전액 적금 불입이나 대출 상환에 쓰고, 자녀의 생활비 등 모든 소비는 C 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쓰는 방식이다. 매월 500만 원 안팎의 생활비를 대주면서 반대로 자녀 월급은 그대로 자녀 자산 증식에 쓰는 우회적인 불법 증여다. 증여기간이 길고 소액이어서 적발이 쉽지 않다. C 씨는 “엄카(엄마 카드) 활용은 강남 자산가들이 쓰는 가장 대표적인 세금 회피 방법”이라고 했다.
D 씨는 최근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금으로 불법 증여를 한다. 자녀들은 D 씨가 증여한 금을 갖고 있다가 금값이 오른다 싶으면 현금화한다. 이때 D 씨는 과세당국의 세무 조사가 통상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노린다. D 씨는 “과세 당국이 통상 10년 전 거래 기록은 보지 않아 구매한 지 10년이 넘는 금부터 차근차근 증여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부 불법 증여 사례가 적법하게 가업 상속을 하는 일반 기업이나 자산가들의 납세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은 불법 증여나 상속을 근절하기 위해 최근 ‘빅데이터 센터’를 열고 세무조사에 필요한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적발에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