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의 사실상 유일한 합의라면 앞으로 2, 3주 안에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실무협상을 이끌 것”이라며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북한은 2·28 하노이 결렬 이후 대미 협상을 총괄하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를 교체했다. 김혁철은 일각에서 처형설까지 나왔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제 “주요 담당자는 생존해 있다고 들었다. 나머지 협상팀도 생존해 있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로 북측 협상 대표단의 지위는 불안정하다. 북한의 새 협상 라인은 판문점 회동에 나온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 그리고 실무협상 대표로는 최선희보다 아래 직급인 김혁철을 대신할 새 인물을 내세울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미국에 대해 “협상 자세가 제대로 돼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아닌 북한에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교섭 권한이라곤 전혀 없는 인물을 내보내 시간 끌기에만 주력했다. 하노이 결렬도 이런 태도 때문이었다. 북한은 막판까지 실무협상에서 아무런 합의를 못 한 상태에서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협상까지 거부하며 정상 간 담판만 내세웠다.
비건 대표는 최근 “(북-미 협상의) 중요한 흠결은 북한 동료들에게 비핵화 등을 논의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미국이 비핵화를 꺼낼 때마다 김혁철 등은 ‘국무위원장 동지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미뤘다. 김정은 외엔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