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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 경제에 비수 겨눈 日, 스스로 발등 찍는 자충수 될 것

입력 | 2019-07-02 00:00:00


일본 정부가 TV 및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또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 제도인 ‘백색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도 예고했다. 일본은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된 점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들었다.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에 달해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영향을 받게 됐다. ‘설마’ 했던 업계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급소를 노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6월 수출이 작년보다 13.5%나 줄어드는 등 수출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변수까지 나타난 것이다. 제조업은 특성상 소재 하나만 빠져도 전체 공정이 돌아가지 않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한국의 주력 수출 종목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수출 산업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심대한 피해를 미칠 자충수가 될 것이다. 수출 규제는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탈(脫)일본’을 조장함으로써 일본으로선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타국과의 갈등에서 통상규칙을 자의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지난주 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채택한 ‘자유무역 원칙’을 스스로 위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때리기를 지지율 올리기에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아온 아베 정권이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치졸한 수법을 동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정부 역시 아베 정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상응해 한일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우리 정부는 어제 대책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반도체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수출 규제’ 카드를 흘리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이제 와서 “일본 측 논리를 파악하겠다”는 태도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가 나온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 모두 끝없는 치킨게임의 악순환보다는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