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 판결로 한일 신뢰 손상”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보복금수… “수출허가 면제 ‘백색국가’서 제외” 정부, 日대사 불러 “심각한 유감… 자유무역 정면배치, WTO에 제소”
한일갈등, 경제로 확전… 산업부 긴급회의 1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정부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 말하고 있는 사람) 주재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개정에 대해’라는 자료를 내고 TV와 스마트폰, 반도체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경산성은 “(이번) 수출 관리는 국제법적 신뢰를 토대로 구축되지만 현재 일한 관계는 신뢰가 현저하게 손상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4일부터 반도체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화학물질이 ‘포괄적 수출허가제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 기업이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매번 최장 90일간의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불허 판정을 받으면 수출이 불가능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사실상의 금수조치”라고 해석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조 차관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우리 연관 산업은 물론 양국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청와대도 이날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체제를 지지한다는 G20 공동선언 합의정신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긴급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산업계는 자체적인 대응방안을 점검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하루 종일 대책 없는 대책회의만 이어졌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정치 문제가 해결돼 리스크가 사라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확대해 온 협력적 경제관계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신나리·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