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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징용판결 관련 부인 뒤로는 인정… 日의 ‘치고 빠지기’

입력 | 2019-07-02 03:00:00

[日 ‘對韓수출 규제’ 경제보복]
부처별로 다른 접근법 활용, 언론은 예외없이 “징용문제 보복”




일본 정부가 1일 반도체 재료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부처별로 다른 접근법을 활용했다.

경제산업성 당국자는 1일 이번 조치 발표 배경으로 “지난달 28, 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구(舊)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를 일본 정부가 지칭하는 용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회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직전을 마감 시한으로 정하고 한국의 대응책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어 규제 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19일 ‘한일 기업이 재원을 마련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해법을 제안한 것도 이 시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이다.

경제산업성이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 관리 운용 개정에 대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낸 것에서 보듯 이번 조치는 한국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현재 한국과 관련해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 일정 기간 한국과 대화가 없어 한국 측이 적절한 수출 관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한국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선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관리제도의 적절한 운용을 위한 것이다. (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며 자유무역에 역행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식 발표로 나설 때는 일본에 부정적일 수 있는 대목을 빼놓은 것으로 익명을 요구한 주무부처 당국자의 설명과는 모순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예외 없이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이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규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와 반도체 제조가 활발한 한국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한국인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사실상 대항 조치”라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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