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기 용인시 네이버 2호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에 최근 며칠 사이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군산 의정부 인천 파주 포항 등이 센터 유치를 위해 물밑 경쟁에 나선 데 이어 어제 백군기 용인시장도 “새 부지로 아이들이 영향받지 않는 3, 4곳을 물색하고 있다. 네이버와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인시가 (네이버와 주민 간) 중재 역할을 다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센터는 구축비용만 5400억 원이라니 지역에선 탐낼 만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학교 인근에 세워질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전자파를 우려했다. 서버를 식히는 냉각수의 수증기도 문제가 됐다. 네이버는 1호 데이터센터의 사례를 들어 검출된 전자파가 일반 가전제품 수준이고, 냉각수 수증기도 수돗물 수증기와 같다는 자료를 제시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요즘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만이 아니다. 5G 시대가 열렸으나 통신사의 새 기지국은 전자파 공포로 곳곳에서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이른바 신(新)산업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다.
▷새 기술이 등장할 때 동반되는 대중의 두려움을 무조건 님비라고 손가락질할 수 없다. TV·전자레인지 전자파 유해 논란이 한창일 당시 소금물이나 선인장을 옆에 두기도 했다. 그런 두려움이 전자파 감소의 기술 발달도 이끌었다. 다만 막연한 불안이나 실체 없는 공포심에 휘둘려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신뢰를 쌓고 정부 등은 주민 참여를 통한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때 소모적인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