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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방황하는 한국 미술사 대안은?

입력 | 2019-07-02 03:00:00

‘한국 미술의 미래’ 주제 세미나 열려… 사람 몸 중심 ‘신자연주의’ 제시 눈길




지난달 29일 열린 세미나 ‘미학 없는 한국, 방황하는 미술사, 한국 미술의 미래’에서 연사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가이 예술철학 박사, 오상길 미술비평가, 허유림 RP인스티튜트 서울 대표. RP인스티튜트 서울 제공

“90년대 이후 서구 동시대 미술에 대한 급격한 관심의 증가로 한국 미술사에 관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동시대 미술에 관한 논의는 산발적으로만 이뤄지고 여전히 단색화와 민중미술 담론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허유림 독립큐레이터)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안공간 ‘스페이스9’에서는 도발적 내용의 미술 세미나가 열렸다. ‘미학 없는 한국, 방황하는 미술사, 한국 미술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는 홍가이 예술철학 박사, 오상길 미술비평가 겸 작가, 허유림 독립큐레이터가 연사로 나섰다.

허 큐레이터는 “조선시대 후기 회화의 사대주의,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수용한 서양화의 맹목적 모방이 한국 미술사를 변방에 머무르게 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예술의 본질 관점에서 본 한국 미술사와 신자연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그는 “단색화는 국내 미술사에서 언급될 것이 분명하지만 국제적 맥락에서는 미니멀리즘과 유사해 한계가 있다. 또 민중미술은 독창적 미술이지만, 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을 맺고 있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이후 미술사 논의의 화두로 ‘신자연주의’ 미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미술사가 개인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흐름에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그러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가 있고 이들이 ‘신자연주의 작가’”라고 설명했다. 허 큐레이터에 따르면 신자연주의 미학은 개인이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그에 맞는 삶을 구축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적 구조가 된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자신의 삶에 기초해 세계를 해석하고 그것을 고유의 조형언어로 선보이는 것이 신자연주의 예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 비평가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문제점’을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3개 전시(1979년 ‘한국현대미술 20년의 동향’, 2000년 ‘한국현대미술의 시원’, 2006년 ‘한국미술 100년’)를 분석했다. 홍 박사는 ‘한국 현대 예술 철학의 유무’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담양문화재단 후원으로 담빛예술창고에서 10월 열리는 ‘신자연주의 26주년 기념전’과 연계해 ‘RP인스티튜트 서울’이 주최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