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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저수조 없애라” 지시에…물탱크조합 “저수조가 뭔 죄?” 반발

입력 | 2019-07-02 10:54:00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영등포구 문래동 수질 사고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노후 상수도관 138km 조기 교체 등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9.6.26/뉴스1 © News1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문래동 아파트단지에서 오염된 수돗물(붉은 수돗물)이 나오자 “저수조를 모두 없애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전국 물탱크업자들이 “물탱크는 죄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탱크협동조합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이 붉은 수돗물의 원인으로 물탱크를 지목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붉은 수돗물의 원인과 물 저장탱크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21일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를 찾아 “물은 저장하면 썩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저수조를 모두 없애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탱크조합은 “붉은 수돗물은 갑작스러운 수계 전환이나 낡은 배관에서 비롯된 것일 뿐 물탱크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오히려 물탱크는 불순물을 침전시켜 정화 기능을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도 시설 중 유일하게 6개월에 1회 이상 저수조 청소를 의무화해 시행하고 있고, 이는 서울시 조례로도 규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조례 제40조의3 제1항은 건축물이나 시설에 저수조를 거쳐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우 반기 1회 이상 저수조를 청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저수조를 없앨 경우 붉은 수돗물 사태가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탱크조합은 “서울시가 주장하는 배수지 직결 급수 방식으로 물탱크를 없애는 것은 비상시에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사용량이나 수압 차이로 수시로 수계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붉은 수돗물 사태가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돗물을 주로 모래층을 이용한 여과 방법으로 생산되므로 미세한 입자 성분은 인체에 해롭진 않으나 섞이게 된다”며 “이런 물질을 침전시키는 것이 바로 물탱크”라고 저수조의 물 저장 기능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호석 한국탱크협동조합 이사장(가운데)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수돗물의 원인과 물 저장탱크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를 방문해 “저수조를 모두 없애라”고 지시한 바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뉴스1


탱크조합은 오히려 세대당 0.5톤(t) 이상씩 저장하고 있는 현행 공동주택 비상급수 저수조 용량 기준을 3배 수준인 1.5톤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령에 따라 1세대당 0.5톤 이상 저장돼 있는데, 이는 지난 1991년 세대당 3톤에서 2014년 세대당 0.5톤으로 6분의 1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라며 “현재 1일 1세대당 사용량이 0.92톤인 만큼 전쟁·테러·가뭄 등 재해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세대당 1.5톤 이상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탱크조합은 “물 부족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저수조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을 먼저 바라보고 올바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