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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손, ‘장남의 장남’으로 해석하는건 성차별…헌법 위배”

입력 | 2019-07-02 12:04:00

독립유공자 맏딸의 아들, 인권위에 진정 내
인권위 "헌법 위배, 법률과도 안 맞아" 판단
국가보훈처 측 "사전적 의미와 관습에 근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에 대한 취업지원시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보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보훈처에 성평등에 부합한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 A씨는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가의 맏딸의 아들은 장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독립유공자의 증손자인 본인이 취업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로 슬하에 4남매를 두었으며, A씨의 할머니는 그중 첫째였다.

A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지원 신청을 하려 했으나 국가보훈처로부터 A씨의 할머니가 여성이므로 A씨 아버지도 장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의 아버지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며 본적지 보훈청에 지정취업신청서도 제출했으나 심사 결정과정 중 사망했다.

국가보훈처 측은 “장손은 사전적 의미와 사회적 관습에 근거해 ‘장남의 장남’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또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개정연혁과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재결례를 봐도 ‘장손’이란 호주승계인을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명칭만 변경된 것이므로 ‘장남의 장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가보훈처의 해석이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폐지 결정과 배치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분담 의식이 달라졌는데도 ‘장손’의 개념을 기존의 호주제에 근거한 호주승계인, 즉 남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호주제는 가족 내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여성상의 뿌리박은 차별로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이라며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과 전통문화는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 인권위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규정 자체도 국가보훈처의 주장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법률 제16조 제2항 제3호는 ‘취업지원 대상자가 질병·장애 또는 고령으로취업이 어려운 경우 ’장손인 손자녀의 자녀‘ 1명이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써 있다. 여성도 장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권위는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에게 아들 없이 딸만 있는 경우 이 조항에 따라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인정해온 전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정부유권해석 기관인 법제처장의 의견에 따르면 장손은 구체적인 가족관계를 기초로 판단할 사항이지 일의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곤란하다”면서 “이에 근거해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한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