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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주자”

입력 | 2019-07-03 03:00:00

대전 녹원아파트 주민들 결정 화제




대전 서구 녹원아파트 입주자들이 지난달 27일 경비실 에어컨 설치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에어컨을 설치해주기로 했다. 대전 녹원아파트 관리사무소 제공

아파트 입주자들의 경비원에 대한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대전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투표를 통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해 화제다.

대전 서구 둔산동 녹원아파트 주민들은 지난달 26, 27일 이틀 동안 경비실 에어컨 설치여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압도적 찬성으로 이를 가결했다. 전체 12개동 1200가구 중 618가구가 투표에 참여해 유효표인 461가구 중 98.9%인 456가구가 이를 찬성한 것.

경비실 에어컨 설치는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주민 이민영 씨(41) 등은 지난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1.5평 남짓한 경비실에서 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관리사무소에 건의했지만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전기료 부담을 이유로 이를 부결시킨 것.

하지만 경비실 전기료의 경우 공용전기로 일반 가정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전체 가구의 10% 이상 서명을 받으면 입주자 대표회의의 안건을 재심의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명운동을 벌여 하루 만에 10%가 넘는 12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결국 입주자 대표회의가 주민 결정에 따라 전체 투표에 부쳤던 것.

주민들은 아파트 내부에 걸린 ‘경비원 아저씨도 우리 가족’ ‘지난해 여름 경비실 내부 온도 섭씨 47도’ ‘입주자 대표회의 경비실 에어컨 설치 부결’ 등의 현수막에 공감했다.

이 아파트 강남수 관리사무소장은 “경비원의 평균 연령이 63세 정도”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경비아저씨들이 다소 민망해하면서도 ‘입주자들을 더욱 가족같이 돌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비는 대당 45만 원씩 500만 원가량 소요되며 관리사무소 측은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전기요금은 공용전기로 가구당 월 40∼50원 정도다. 입주자 대표회의는 4일 회의를 열어 에어컨 업체를 선정한 뒤 곧바로 경비실마다 6평형 에어컨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