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방정부, 기업형태 사찰 유료화 시도… 시민-중앙정부 도덕성 공격에 결국 무산 기업, 시장의 힘 거부하는 집단 강할수록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전략대안 찾아야
이 같은 대립의 양상은 왜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걸까. 해결은 요원하기만 한 걸까.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단 또는 정부에도 작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행정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인기를 추구하는 권력기관이 ‘도덕성’이라는 논리로 반기업 세력을 도와주면서 ‘시장 대 삶의 가치’라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중국 불교사찰들의 유료화 실패 사례를 예로 든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관광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방정부의 세수도 확보하며 관광산업으로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사찰 방문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사찰을 일종의 기업처럼 운영하려 한 것이다. 이런 정책은 승려들로부터, 또 대중으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종교시설을 상업화하려는 비도덕적인 행위이자 정의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사례에서 보듯, 일반적으로 현대사회의 권력기관은 ‘인간의 도덕성이 산업, 시장, 기업의 횡포에 의해 침해받고 있으니 우리가 시민들의 삶의 가치, 정의, 문화 등을 지켜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런 논리에 따라 권력기관은 시민들과 각종 시민단체의 보호막이 되고 산업과 자본의 지배력을 견제할 수는 있으나, 사회적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시장경제는 계속 진보해 나갈 것이라는 그동안의 믿음과 전제가 퇴색하고 있다. 대신 시장의 도덕성이라는 개념이 광범위한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정부 역시 사회 곳곳에 대한 지배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 대중에게 호응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도 이제 시장의 힘이 강해질수록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집단 역시 강해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다당제 국가나 민주화가 많이 진행된 사회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기업이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기업의 활동이 사회적 가치와 도덕성을 침해하지 않음을 널리 알리고, 시민들이 친시장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