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Fin)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에서 단어 순서만 바꿨을 뿐이지만 그 뜻은 차이가 크다. 기술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대, 즉 금융회사가 IT를 활용하는 게 핀테크였다면 테크핀은 기술이 금융 발전을 견인하는 개념이다. 금융혁신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2016년 “중국은 5년 안에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며 테크핀 용어를 처음 썼다.
▷테크핀 시대를 증명하듯 간편송금으로 출발한 토스는 5년 새 신용정보 조회, 펀드·대출상품 판매, 해외 주식 투자 등으로 영토를 넓혔다. 카카오페이는 1년 만에 체크카드 100만 장 발급 기록을 세우며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금융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의 경쟁으로 간편결제 하루 이용액은 1200억 원을 넘어섰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해 테크핀의 진격 속도는 더 빨라질 일만 남았다.
▷하지만 한국의 테크핀은 경쟁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췄지만 새로운 서비스 출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많은 탓이다. 비(非)금융사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인터넷전문은행은 34%)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대표적이다. IT 기업이 선도하는 금융혁신 실험들이 신산업으로 이어지려면 낡은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 테크핀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면 한국 금융의 미래도 없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