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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시진핑에 대한 분노”vs“中의 홍콩통제 강화 빌미 줘”

입력 | 2019-07-03 03:00:00

홍콩 입법회 과격점거 논란… 55만명 평화 시위와 별도로 움직여
‘직접선거’ 등 우산혁명 구호와 비슷… 시위대 내부서도 “지나치게 과격”
람 “법 위반자들 끝까지 찾아낼 것”… 트럼프, 中겨냥 “민주주의 위한 시위”




시위대가 훼손한 행정요인 액자들 2일 홍콩 입법회에서 열린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이 벽이 스프레이 낙서로 얼룩지고 훼손된 행정 요인들의 액자가 땅에 놓인 입법회 안을 지나가고 있다. 검은 현수막에는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을 뿐이다’라고 쓰여 있다. 이날 시위대는 복도에 걸려 있던 스티븐 로 경무처장, 캐리 람 행정장관, 테리사 청 법무부 장관, 존 리 보안국장(왼쪽 액자부터)의 사진이 있는 액자를 부수고 의사당 내부에 걸려 있던 홍콩 자치정부 상징물에도 검정 스프레이를 뿌렸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젊은이가 주축인 일부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대가 1일 밤 3시간 반 동안 홍콩 국회(입법회)를 습격,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서 홍콩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위에 대해 “그들 대부분이 민주주의를 원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일부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 중국 통제 거부 적나라하게 드러내


검은 옷에 노란 헬멧, 고글, 마스크를 갖춘 수백 명의 홍콩 젊은이들은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인 1일 오후 9시 입법회를 기습해 철제 셔터와 유리문을 부수고 점거했다. 입법회 내부 회의실까지 점거한 이들은 회의장 내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글씨, 홍콩을 상징하는 로고 ‘홍콩난(바우히니아)’을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운 뒤 그 위에 홍콩 반환 전의 영국령 홍콩기를 걸었다. 이들은 의회 벽 내에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홍콩을 자유롭게 하라”라고 써 그들이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장관의 퇴진뿐 아니라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의 중국을 거부함을 분명히 했다. 최근 30대 남성과 10대 여대생이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법’의 완전 철회를 호소하며 투신해 숨진 사건도 이번 입법회 점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법회 점거 시위대는 이날 평화 시위에 참여한 55만 명 홍콩 시민과는 별도로 움직였다. 시위대가 쓴 ‘입법회 해산’ ‘진짜 (행정장관) 직접선거’ 등은 과거 대학생 등이 주도한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구호와 비슷했다. 입법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을 요구한 우산혁명 주역들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산혁명 지도자인 조슈아 웡은 2일 람 장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 “분노 이해” “과격성 지나쳐”


초유의 입법회 점거는 경찰 진입 전 시위대가 빠져나가면서 유혈사태 없이 끝났지만 홍콩 시민 사이에서는 분노를 이해한다는 쪽과 과격성이 지나치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람 장관 퇴진을 주장해온 야당 의원들도 이날 입법회 현장에서 시위대에 “그렇게 할 가치가 없다”며 만류했다.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5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중 3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입법회 점거로) 베이징은 더욱 단호해질 좋은 구실을 얻었다”며 “홍콩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람 장관은 시위 직후인 2일 오전 4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6월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면 인도법은 기한이 다 돼 죽게(철회) 될 것”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법을 위반한 자들을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며 주동자 색출을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이날 “홍콩 정부가 위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내정 간섭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시위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민주주의보다) 더 나은 건 없다”며 “이런 시위는 (전에) 거의 보지 못했다. 매우 슬프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폭력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중국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홍콩 시위는 스트롱맨 시진핑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