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볼턴 “핵동결? 백악관선 거론도 안해”

입력 | 2019-07-03 03:00:00

협상팀 핵폐기 후퇴 검토 보도에… 국무부 부인했지만 내부 갈등설
판문점 대신 몽골行 볼턴 경질설도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써부터 나타날 조짐이다. ‘대화파’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일단 힘이 실렸지만, 미국 측의 일부 양보가 불가피한 ‘유연한 접근’ 방안을 놓고 내부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협상 실무팀이 북한 핵시설의 ‘동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상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라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트위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진이나 나는 논의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는 대통령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 동행하지 못한 채 몽골로 쫓겨나듯 떠난 뒤 이런 트윗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볼턴의 발언은 NSC에서 관련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일 뿐, 회의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 모르게 국무부 내 협상팀에서 핵동결이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몽골 방문을 두고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57년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정적이자 스탈린주의자였던 뱌체슬라프 몰로토프 외교장관을 제거하기 위해 몽골 주재 대사로 보낸 이후 국제 정치무대에서는 고위관리의 예기치 않은 몽골행은 곧 ‘지옥행(퇴진)’을 의미한다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핵시설 동결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부정적이다. 비핵화의 최종 상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시설의 폐기가 아닌 동결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해 주는 ‘스몰딜’ 수준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비건 대표는 “완전한 억측”이라며 NYT 보도를 부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언론의 질의에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고 답변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