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역풍… “전세계 스마트폰-컴퓨터 생산 혼란 우려” 후지쓰 등 주요 IT기업들 삼성-SK-LG에 제품수급 점검 나서 아베 “WTO 위배 아니다”… 日언론 “통상을 정치에 이용” 비판
동아일보DB
미국 일본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급 점검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첨단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산 반도체 생산에 타격이 예상되자 공급에 차질이 없는지 확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맞고, 자유무역과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일본 언론에서조차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후지쓰, NEC, 바이오 등 일본 내 주요 PC 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에 대응 상황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이외에도 한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점검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조치로) 소재 공급이 끊겨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스마트폰, 컴퓨터 등 반도체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의 생산이 정체돼 혼란이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 내 우익 신문을 포함한 대다수 언론들은 “강제징용 문제에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사실상 대항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5월에 최종안을 거의 완성했다. 이번에 수출을 제한받는 3개 품목은 반도체 대국인 한국에 타격을 입히는 가장 효과적 품목”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조치는 국제정치의 도구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 짙다”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사용하는 수법이지만 일본은 차별화해 왔었다”고 보도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산업성의 발표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이라며 “한일과 글로벌 기업이 모두 피해를 보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제학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