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獨 국방장관. 사진출처-뉴시스
유럽연합(EU)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 격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추천됐다. 유럽의회 표결을 통과하면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 중앙은행(ECB) 총재로 지명되면서 EU는 5대 핵심 보직 중 2명이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30일부터 브뤼셀에서 사흘간 밤샘 회의를 거듭하며 EU 지도부 구성에 진통을 겪다 2일 임시 정상회의에서 최종 결정됐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의 깜짝 발탁은 EU 빅2 국가 독일과 프랑스의 절묘한 타협의 결과다.
EU 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부터 전날 낮까지 18시간 동안 밤샘 마라톤 협의를 통해 메르켈이 지지하는 베버 의원과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하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경쟁담당위원 둘 다 아닌 S&D의 슈피첸칸디다트 프란스 티머만스 전 네덜란드 외무장관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동유럽의 사법권 독립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 온 티머만스 임명에 비셰그라드 4개국(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정상들과 이탈리아가 극렬한 반대하며 또 무산됐다.
난항을 거듭하던 EU 지도부 인선은 마크롱 대통령이 폰데어라이엔 장관 카드를 새롭게 제안했고 메르켈 총리가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 타결됐다. 메르켈과 마크롱의 윈윈 카드였다. 남녀 내각 동수 원칙을 지키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EU 지도부 인선에서 여성 인사를 최소 두 명은 임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독일 출신 EU 집행위원장을 임명하며 ECB 총재는 프랑스 출신의 여성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메르켈 총리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인사를 EU 집행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수확을 거뒀다. 게다가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2005년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뒤 14년 동안 한결같이 내각에서 함께 해 온 그의 측근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결정은 프랑스와 독일의 깊은 우호 관계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지도부를 남성만 독점해 꾸준히 비판받던 EU는 여성 두 명의 지도부 진입을 반겼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완벽한 남녀 균형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유럽연합의 핵심 두 자리에 여성을 지명한 건 EU가 성평등을 이끌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5중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을 각각 내정했다.
프랑스 산업통상부, 농업부,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라가르드 신임 ECB 총재는 중앙은행 출신이 아닌 첫 여성 ECB 총재다. 재무부 장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지만 변호사 출신으로 통화정책과 관련한 직접적 경험이 전무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독일 일간지 쥐트로이체 자이퉁은 2일 “빅5 중 이미 결정된 4개의 자리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서유럽이 독차지했다”며 “이 때문에 남은 유럽의회 의장은 동유럽이나 중유럽 출신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유럽의회 의장은 베버 의원과 불가리아 세르게이 스타니세프 중 한 명이 유력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