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시장, 직무유기 혐의 고발 “수돗물 방치 고의성 입증 안돼… 현재까지는 처벌 가능성 낮아”
박남춘 인천시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적수 사태가 빚어진 것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3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김모 씨가 박 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서구에서 인터넷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이모 씨도 김모 전 상수도사업본부장을 직무유기 및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 고발장은 모두 인천지방검찰청에 접수됐으나 검찰이 인천경찰청에 수사 지휘를 내렸다. 인천경찰청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지능범죄수사대에 수사를 맡겼다.
김 씨는 고발장에서 “박 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측은 시간이 흐르면 이번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초동 대응을 미흡하게 했다. ‘국가건설기준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 매뉴얼’을 무시해 이번 사태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이번 사태가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꿔주는 수계 전환 과정의 총체적인 대응 부실로 빚어진 만큼 김 전 본부장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이 상수도 업무를 담당하는 본부장과 직원들은 몰라도 박 시장까지 직무유기 혐의로 소환해 조사할지는 미지수다. 직무유기 혐의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업무를 방치했을 때 적용된다. 결국 박 시장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려면 일부러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를 방치했다는 고의성이 우선적으로 입증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찰도 “박 시장에 대한 조사 여부는 검찰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 고발 자체를 각하할 수도 있다. 그래도 박 시장은 지난달 17일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사태가 확산됐다”며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민단체는 박 시장을 주민 소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5월 30일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되자 인근 수산, 남동정수장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서구와 중구 영종도, 강화군 지역에 적수가 공급돼 1만여 가구와 160여 개 학교가 피해를 입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