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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개校 급식 중단… 컵라면-빵 먹은 아이들

입력 | 2019-07-04 03:00:00

5만 학교비정규직 등 민노총 파업
국공립 유초중고 27%서 급식 차질… 대체식 먹거나 편의점서 끼니 때워




학교 급식 못먹고…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실에 모여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과 우유를 먹고 있다. 잔반과 수저를 놓는 퇴식구는 평소와 달리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 이날 단축수업을 하거나 대체 급식을 한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2802곳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을 벌인 3일 낮 12시 30분. 파업으로 단축수업을 한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 편의점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홍모 군(13)은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사람이 너무 많다며 컵라면과 삼각김밥, 사이다를 사들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1084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 인근 분식점과 패스트푸드점 역시 학생들로 가득 찼다.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도 이날 일찌감치 수업이 끝났다. 양모 양(10)은 친구 8명과 함께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 초코우유, 콜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는 “수요일은 맛있는 급식이 나오는 날인데 라면을 먹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급식 종사자의 파업으로 전국의 초중고교 앞 편의점과 분식점이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1만438개 국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가운데 2802곳이 단축수업을 하거나 빵과 떡 등으로 대체급식을 했다. 전체 학교의 27%에서 급식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예고된 파업이지만 학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 곳곳에서 라면과 빵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초등학교 돌봄학교마다 “선생님이 오시지 않는다”는 저학년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 김모 씨(44)는 “아들 점심을 먹이기 위해 일을 중단하고 왔다.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건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의 급식 중단 비율은 48.6%에 달했다.

이번 파업은 일단 5일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커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노조는 기본급 6.24% 인상을, 정부는 1.8% 인상을 제시하며 맞서 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4일에는 3일보다 746곳 줄어든 2056개 학교(기말고사로 인한 미실시는 제외)에서 급식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학교 비정규직 5만여 명이 포함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 들어갔다. 민노총은 학교 비정규직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원, 사회복지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직원 등 10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규모 총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재명 jmpark@donga.com·윤다빈·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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